[한ㆍ미 FTA 재협상 타결] "내용은 미흡…FTA 발효 앞당긴 것은 성과"

● 산업계 반응 … 통상전문가 평가
통상 전문가들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세부 내용에 있어서는 한국이 불리하지만 지체됐던 FTA가 발효됨에 따라 한국이 누릴 효과는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자동차는 내주고 돼지고기와 의약품 분야에서 받아왔다고 요약할 수 있는 이번 재협상 자체의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약간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서진교 대외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협상의 내용에서 조금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며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이 양보한 것은 확실하며 의약품과 돼지고기 등 분야에서 얻어낸 것이 이를 상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자동차 관세철폐 기간이 유예되면서 한국 자동차업계가 입을 손해가 4년간 약 40억달러라고 보면 돼지고기와 의약품에서 얻는 이익은 그에 못 미칠 것"이라며 "협상 내용을 숫자로만 따진다면 이익의 균형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3년여 지체됐던 한 · 미 FTA를 발효시키면서 얻을 유무형의 효과를 고려한다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크게 봤을 때 이번 합의는 기존 한 · 미 FTA의 근간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며 "가장 큰 의미는 한 · 미 FTA 발효시기를 앞당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번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면 향후 3년 이내에 FTA가 발효될 가능성은 제로라는 말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미 의회의 반발 때문에 한 · 미 FTA가 무작정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 정부가 고육책을 내놓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최근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등 한국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하루라도 빨리 FTA를 타결하는 것이 경제적 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부각됐다.

향후 다른 국가들과의 FTA 체결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 실장은 "FTA를 빨리 발효시켜 미국 시장을 선점한다는 이점이 있으며 향후 중국 일본 등 거대시장과 FTA를 맺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연합 아세안 등 거대 시장을 FTA로 확보한 상태에서 중국 일본과 협상을 하며 예외규정을 유리하게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