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Trend] (Best Practice) 140년째 쉐리 오크통 고수…원액은 최상급 16%만 쓰고 나머지는 폐기

몰트위스키의 롤스로이스 '맥캘란'

3년 건조시킨 참나무통에 와인넣어 3년 더 숙성한 오크통

지난달 15일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위스키 한 병이 46만달러(5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위스키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이었다. 전 세계 위스키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조니워커나 발렌타인 등의 브랜드가 아니었다. 위스키 시장에서 아직은 '비(非)주류'로 통하는 싱글몰트 위스키,'맥캘란 라리크 서퍼듀'(1.5ℓ) 64년산이었다.

위스키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에서 맥캘란에 대한 대접은 남달랐다. 주요 위스키 판매점 가격이 비슷한 연산(年産)의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최고 70~80%가량 비쌌다. 데이비드 콕스 맥캘란 마케팅담당 이사는 "맥캘란 생산량을 늘리기보다는 제품의 품질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명품 위스키 전략이었다. ◆소량 · 품질 우선주의

품질 경영이 고급 위스키 소비자들을 파고들면서 맥캘란 브랜드가 주축을 이루는 에드링턴그룹의 성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07회계연도(2007년 4월~2008년 3월)에 전년대비 4.6%에 불과했던 매출(2억9150만파운드 · 5200억원) 증가율은 이듬해(4억1990만파운드 · 7490억원) 44.0%로 높아진 데 이어 지난해(4억6830만파운드 · 8350억원)에도 11.5% 성장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은 25.1%로 외형 성장세보다 더 높았다. 에드링턴그룹은 매출 비중이 35~40% 선으로 가장 많은 맥캘란 이외에 커티삭,페이머스 그라우스,브루갈,하이랜드 파크 등의 위스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의 소도시 크레이겔러키(Craigellachie).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스페이강을 끼고 162㏊에 달하는 대지에 프리미엄급 싱글몰트 위스키를 대표하는 맥캘란 증류소가 자리잡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란 한 곳의 위스키 증류소에서 보리만을 사용해 생산한 제품으로, 옥수수 등 다양한 곡물을 섞어서 만든 그레인 위스키나,여기에다 몰트 위스키를 혼합한 블렌디드 위스키 등과 차이가 난다. 최근 이곳에서 만난 맥캘란 증류소 관계자들은 "우리 회사 직원 누구도 맥캘란보다 오래 살지 못한다. 그래서 맥캘란의 철학과 전통을 다음 세대에 온전하게 넘겨줘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마음 자세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위스키 생산 과정에 그대로 반영된다. 전통적인 방식의 소형 증류기를 사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콕스 이사는 "맥캘란 증류기는 스코틀랜드 지역의 것이 가장 작다"며 "소형 증류기를 통한 위스키는 생산량은 적지만 맛과 향은 더 강하고 깊다"고 말했다.

두 번 증류를 거친 원액 가운데 상위 16%만을 오크통에 넣어 숙성시키는 것도 맥캘란의 전통이다. 나머지 일부는 위스키 증류 때 재활용하고,상당 부분은 버린다. 다른 위스키 제품들이 원액의 20% 이상을 오크통에 담는 것과 비교된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140년째 스페인산 쉐리오크통 고집

스페인 남부 해안 도시 헤레즈.이곳엔 3대(代)에 걸쳐 맥캘란에 오크통을 만들어 공급하는 대형 오크통 제조업체 테바사가 있다. 이 회사 야적장엔 1만2000여개의 오크통을 만들 수 있는 70만여개의 참나무판이 2년째 건조되고 있었다. 나르시소 이토로스페 사장은 "스페인 북부지방에서 벌목한 참나무를 3년간 건조시켜 90% 수준이던 수분 함유량을 12% 선까지 끌어내린 뒤 오크통을 만든다"며 "수십년간 위스키를 보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제작된 오크통엔 쉐리라는 품종의 스페인산 청포도 와인이 2~3년간 담긴다. 참나무를 베어낸 뒤 6년간의 건조 및 와인숙성 과정을 거친 오크통은 맥캘란 위스키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쉐리오크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에드링턴그룹에서 오크통 조달을 책임지고 있는 조지 에스피 이사는 "맥캘란은 스페인 오크통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1200여만유로(18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쉐리오크통이 개당 1000~1200유로 선으로 버번을 담았던 미국산 등 다른 오크통에 비해 10배 가까이 비쌈에도 불구,1870년대 이후 계속 이 오크통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에스피 이사는 설명했다. ◆올해도 10% 이상 성장

에드링턴그룹 마케팅본부가 있는 영국 에든버러에서 만난 폴 로스 영업담당 이사는 "올해도 매출과 이익이 모두 10% 이상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위스키 시장 성장률이 올해 3% 내외로 전망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간 것은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는 장기적인 투자전략과 프리미엄 마케팅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로스 이사는 분석했다.

에드링턴그룹 대주주가 '로버트슨 트러스트'라는 자선재단이어서 대주주의 경영 간섭이 상대적으로 적고,경영진이 5~10년 이상 장기 계획을 마련했던 게 성장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위스키는 대부분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장기 예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로스 이사는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몰트위스키 시장이 연간 10~20%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맥캘란과 에드링턴그룹의 실적 증가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의 경우 올해 맥캘란 매출은 200억원을 넘어서고,내년 말이나 2012년 상반기엔 몰트위스키 부문에서 1위에 오를 것으로 에드링턴그룹 관계자는 내다봤다.

헤레즈(스페인) · 에든버러(영국)=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