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린카 경쟁 느긋하게 대응해선 안된다

정부가 2015년까지 연간 120만대의 그린카 생산 설비를 확충, 세계 4대 그린카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의 비전을 담은 '그린카 발전 로드맵'을 내놨다. 당초 2020년 100만대 생산목표였던 것을 시기를 단축하고 목표치도 높인 것이다. 자동차업계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전기차, 클린디젤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등을 모두 양산하다는 계획하에 이 기간 동안 과거 5년간 투자액의 2.4배에 달하는 총 3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그린카 대응에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한 것은 자칫하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정부 계획은 2015년 120만대 중 90만대는 수출하고 30만대는 국내에 보급해 국내시장의 그린카 비중을 21%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동차 시장이 저탄소, 친환경으로 가고 있는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한 · 미, 한 · EU FTA 등으로 그린카 경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전기차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한 · 미 FTA 추가협상 결과 전기차 관세철폐 시한은 당초 협정발효 9년 후에서 4년 후로 단축됐다. 이미 타결된 한 · EU FTA의 경우도 전기차 관세철폐 시점이 협정 발효 후 5년 후다. 시기적으로 2016년쯤이면 무관세로 미국, EU의 전기차가 국내로 진입한다는 의미다. 그린카로 세계 자동차산업의 새판을 짜겠다는 미국과 EU의 의도가 엿보인다. 우리로서는 전기차의 대중화 시점이 2020년 이후일 것이라고 느긋하게 생각할 때가 아니다. 관세가 철폐되기 전에 전기차의 국내 보급을 서두르는 동시에 미국, EU 등 선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빨리 갖춰야 한다.

정부는 그린카 보조금과 세제지원을 더 파격적으로 늘리고, 충전 인프라의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와 민간의 기술협력도 더 강화하는 등 세계 4대 그린카 강국 도약 목표를 가능한 앞당기기 위한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