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치솟는데…"내년 상반기 집 사볼만"

집값 더딘 회복에 '동조화' 깨져
내집 마련 수요 전세로 옮겨가

"내년 회복 전망…금리 등 변수"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세입자나 주택 수요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예전에는 전셋값이 오르면 대부분 집값도 상승했기 때문에 주택 구입시점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세가와 매매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조화'현상이 깨지면서 주택구입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과거엔 동조화 뚜렷몇 년 전만해도 전셋값이 오르면 많은 시차를 두지 않고 매매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2000년부터 전세가와 매매가가 다르게 움직인 경우는 흔치 않다.

서울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2003년과 2004년을 제외하곤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2002년 5만1956채였던 서울 입주물량이 2003년 7만8073채,2004년 6만2174채로 급증해 전세가가 하락했다"며 "외환위기 때 급락했던 가격이 회복기를 거치는 과정이어서 집값은 예외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전망 등 외부변수 영향

전셋값 상승으로 지난달 말 현재 서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인 전세가율은 40.79%로 부동산114 조사에서 나타났다. 2005년 41.01% 이후 가장 높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전세가율도 43.74%로 2004년 45.8% 이후 최고치다. 반면 서울과 1기 신도시 집값은 올 들어 각각 2.68%와 4.6% 떨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전망 등 외부 변수에 의해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윤기식 동부증권 부동산금융부문 상무는 "사용가치가 중시되는 전세시장은 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좌우되지만 매매시장은 최근 들어 시세차익 가능성과 집값 전망 등에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덕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부동산투자부문장(전무)은 "인구 감소와 1~2인 세대 증가 등 인구통계학적 변화,뭉칫돈을 주택에 묻어두기보다 전세로 살면서 재테크에 활용하려는 움직임 등도 이런 현상을 뚜렷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 · DTI 규제 완화 등이 변수

동조화는 약해졌지만 5~10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셋값과 집값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김호철 단국대 도시계획 · 부동산학과 교수는 "불확실한 시장 전망 탓에 동조화가 일시적으로 어긋났지만 물량이 줄면 전셋값이 뛰고,전셋값이 오르면 어느 정도 시차가 있겠지만 결국 집값도 상승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원리"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다만 동조화의 강도와 시차 등은 투자자들의 심리와 정책변수,세제,집값 전망 등에 좌우된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부동산써브연구실장은 "내년 수도권 입주물량이 급감하고 전셋값도 상승세여서 집값이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상당수"라면서도 "금리인상 및 내년 3월 끝나는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완화 연장 등 변수가 적지 않아 내년 1분기까지는 시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