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30조…은행마다 감축 '비상'

분류기준 강화로 비율도 급증
유암코ㆍ캠코와 채권 매각 협상
금감원 목표치 맞추기 박차
부실채권 정리로 인해 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부실채권이 작년 말보다 두 배로 늘어난 데다 연말까지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부실채권 목표비율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부실채권을 매각하거나 자체 상각처리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국민 신한 하나은행은 연말까지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부실채권비율이 높은 우리은행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게 힘들 전망이다. ◆은행권 부실채권 잔액 30조원 넘어

은행권 전체 부실채권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30조원을 넘어섰다. 2008년 말 14조7000억원,지난해 말 16조원에서 올해 6월 말 25조6000억원,9월 말 30조3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부실채권 비율도 작년 말 1.24%에서 지난 6월 말 1.94%,9월 말 2.32%로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한 데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모범 규준을 만들어 여신 분류를 엄격하게 하도록 지도해서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3.85%로 가장 높다. 작년 말 1.6%에서 배 이상 높아졌다. 부실채권 잔액은 9월 말 6조5683억원으로 작년 말(2조7264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기업대출 비중이 높고 PF대출이 다른 은행보다 많은 탓이다. 국민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2.3%이며,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77%,1.45%로 낮은 수준이다. 금감원은 지난 8월 은행별로 부실채권 비율 가이드라인 목표치를 부여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2.4%를 비롯 국민은행 1.79%,신한은행 1.4%,하나은행 1.35% 등이다.

◆국민 신한 하나 '달성 가능',우리 '어려워'

은행들은 민간 배드뱅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나 구조조정기금 등을 활용하는 캠코에 남아 있는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가격과 매각 방식 등에서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 살펴봐야 한다"며 "최종적으로 각 기관에 어느 정도 부실채권을 넘길지는 이달 중순에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금감원 가이드라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올해분 매각을 이미 종료했고 일부 개별 대출자들의 부실채권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이달 하순에 추가로 매각 또는 상각을 통해 부실채권 가이드라인을 맞출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부실채권 매각을 많이 해 왔고 이달 하순쯤 정례적으로 하는 상각 규모가 수백억원 정도"라며 "부실채권 비율 목표인 1.35%를 문제 없이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부실채권 정리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원 가이드라인 목표인 2.4%까지 비율을 낮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10월 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이 3.88%였다"며 "일단 3% 아래로는 떨어뜨리기로 내부 목표를 정했지만 금감원의 가이드라인 목표를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재형/이상은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