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22조 토지보상 갈등] 감사원·주민 동시 압박…보상가 매기는 감평사들 '샌드위치'

보상금 책정을 둘러싸고 더 받으려는 주민과 줄이려는 정부가 맞서면서 감정평가사들이 유탄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사업시행자와 부동산 소유자가 모두 신뢰하지 않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 감정평가 업계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원주민들은 시행자 추천 감정평가 업체에 대해 "정부 압력을 못 이기고 보상금을 적게 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정부는 "원주민 추천 감정평가인이 과다평가를 일삼는다"고 폄하한다는 것이다. 한국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미사지구 감정평가가 진행되자 감사원은 과거 과다 감정 사례를 낱낱이 적발해 징계하겠다고 압박하고 있고,미사지구 원주민들은 과소 평가한 시행자 추천 감정평가사와 감정평가법인을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양측으로부터 공격당하는 상황"이라고 한숨 지었다. 감정평가사들은 공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우려했다. 감정평가사 L씨는 "시행자 소유자 모두 자기 목소리만 내면서 감정평가사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평가 업계는 보상평가 기준이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과 보상에 관한 법'과 시행령,시행규칙엔 구체적인 보상평가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다.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라는 원론적 규정만 있어 감정평가협회는 보상평가 지침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운용 중이다.

감정평가 업계는 정부가 시세 반영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감정평가사는 "국 · 공유지 매각을 위한 평가에서 매매사례나 보상선례를 반영하지 않았다간 바로 징계를 받는다"며 "정부가 주민 재산과 정부 재산에 대한 평가 때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감정원의 공단화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한국감정원을 공단화해 표준지 공시지가 업무를 일부 맡긴다는 구상이다. 공시지가가 무분별하게 올라가는 것을 차단해 과다 보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C감정평가법인 대표는 "담보평가 등 경쟁이 치열한 민간 발주 업무는 민간에 그대로 두고,정부가 발주하는 업무의 대부분을 감정원으로 넘기려 한다"며 "일감이 크게 줄면서 감정평가 자격 제도 존립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익단체인 감정평가협회가 공적 업무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부실 · 과다평가 등이 계속 제기되는 만큼 감정평가업계 선진화 조치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