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ㆍ김재열 부부 나란히 부사장…제일모직ㆍ제일기획 경영 본격화

사업전략 재편 주도할 듯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37 · 오른쪽)와 사위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42 · 왼쪽) 부부가 정기 임원인사에서 동반 승진했다.

지난 3일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가(家)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42)과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0)이 승진,경영 전면에 나선 뒤 이 부사장의 초고속 승진도 일찌감치 예상돼 왔다. 3세들이 경영진 대열에 본격 합류하면서 삼성의 후계 구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의 경영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이 부사장의 역할은 더 커지게 됐다. 그는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뒤 패션사업을 맡아 중장기 전략과 기획업무를 챙겨왔다.

신사복 위주의 패션사업을 개편하고 여성복 '구호'를 인수했다. 수입브랜드 사업도 확대해 미국 명품브랜드인 '토리버치' 등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열면서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요즘에는 제일모직 전체 매출의 70%에 달하는 케미컬 사업부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 수년간 케미컬 분야에 대한 경영수업을 받아왔고 내년부터는 관련 분야의 사업전략 재편 등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기획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말 기획담당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한 후 매주 제일기획을 찾아 경영현안을 챙겨왔다. 글로벌 광고회사를 향한 성장 전략 수립이 주요 관심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14년 만에 처음으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에 내줬던 삼성전자 TV제품 광고를 되찾아 오면서 '자존심'을 회복하기도 했다.

제일모직의 전사 경영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김 부사장의 경영 보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미국 웨슬리언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존스홉킨스 국제정치학 석사,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MBA)를 마친 후 이베이(eBay) 등 글로벌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중학교 동기 동창이다. 장인인 이건희 회장이 동계올림픽 유치 등 스포츠 외교에 나설 때마다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달 말 홍석조 보광훼미리마트 회장의 장남 결혼식에 이 부사장과 손을 잡고 참석해 금실을 과시하기도 했다. 맏사위 임우재 삼성전기 기획팀 전무(42)는 올해 승진대상에서 빠졌다. 임 전무는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전무에 올랐다. 조용하고 겸손한 스타일로 오너가답지 않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