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 감염 막아라 '비상'…일반인 전염 가능성은 희박

국내 첫 슈퍼박테리아 환자
기존 항생제로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해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내성균(多劑耐性菌)' 감염 환자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 발견된 내성균은 최근 인도와 일본에서 발견된 후 영국 캐나다 호주 미국 등으로 확산된 바 있는 '뉴델리 메탈로 베타락타마제(NDM-1)'형으로,기존 카바페넴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어 올해 슈퍼박테리아로 명명됐다. 이 세균은 요로감염과 폐렴,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 질환을 일으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NDM-1의 경우 최근에 발견돼 통계가 많지 않은 데다,카바페넴을 비롯해 페니실린계와 세팔로스포린계 등 항생제들을 모두 무력화시켜 치사율이 높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NDM-1의 국내 확산 가능성 여부이다. 보건당국은 NDM-1 등 슈퍼박테리아가 대부분 병원 내에서 감염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인의 전염 위험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럽 등의 해외 감염환자들은 인도 뉴델리 의료관광으로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 환자들은 감염 경로를 추적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에 NDM-1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50대 남성환자와 70대 여성환자는 모두 해외여행 경험이 없고,같은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장기간 입원 중이었다. 간질성 폐질환과 당뇨,화농성척추염 등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점을 제외하고 아직 밝혀진 감염 원인은 없다. 보건당국은 또 같은 병원에서 NDM-1 CRE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2명의 환자를 추가로 발견해 현재 최종 확인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관련 신약개발회사인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조중명 대표는 "이번 다제내성균 감염 환자의 발견으로 한국도 슈퍼박테리아 안전지대가 아니란 점이 처음으로 확인됐다"며 "NDM-1의 조기 검출 등으로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한편 주요 감염처인 병원의 안전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추가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0월 NDM-1을 법정전염병으로 긴급 지정해 관리해왔다. 또 다제내성균 관리 차원에서 중환자실,응급실,투석실의 의료 관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지침을 제정해 보급하는 한편 표본감시체계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의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병원 내 감염예방 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감염대책위원회 설치 의무대상을 현재 300병상 이상 150개 의료기관에서 100병상 이상 1189개 의료기관으로 확대하고,의료 관련 감염 관리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