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이슬람채권 비과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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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종교 반발 때문" 지적에올해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수쿠크(sukuk)'로 불리는 이슬람채권에 세제 혜택을 주느냐,마느냐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세제지원안이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로 뒤집어지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의원님들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특정 종교의 반발 때문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혜훈 의원 "특혜 인정못해"
시행령 손질로 가능한지 여부
정부 내에서도 갑론을박
◆이슬람채권이 뭐기에이슬람채권은 중동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국내외 금융회사를 통해 이슬람 국가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 채권이다. 이자 수수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이슬람율법(샤리아)에 따라 채권 발행 자금으로 실물자산에 투자한 후 이자 대신 배당으로 돌려주는 특수한 금융상품이다.
현행 세법에서는 일반 외화표시 채권의 경우 이자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슬람채권은 이자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세법으로는 비과세 혜택을 줄 수 없다. 정부는 국내 투자 외국인 자금을 다변화하고 중동의 오일머니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슬람채권에 대해서도 똑같은 혜택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해 과세특례 조항을 신설,관련 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이혜훈 의원 "종교 때문 아니다"이슬람채권 과세특례를 앞장서 반대해온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9일 "특정 종교를 대변해 반대했다는 주장은 본뜻을 오도한 것"이라며 "재정위 속기록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종교'의 '종'자도 꺼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수쿠크를 일반 채권으로 간주하면 이자소득세를 면제해주는 것뿐 아니라 실물자산 거래에 따른 양도세 부가가치세 취득 · 등록세 배당소득세 모두를 안 물리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처럼 비이슬람 국가에서는 부동산 거래시 온갖 세금을 다 내는데 이를 면제해주면 누가 봐도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일부 나라에선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이나 예규 손질로 하는 경우도 있다"며 "만약 정부가 시행령이나 예규를 고쳐 시행하려 한다면 행정부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막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 내부의 다른 주장정부 일각에서는 법을 고치지 않고 시행령을 손봐 추진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어찌됐건 특정 종교가 걸린 문제를 굳이 법률에 담는 것은 부담이 없을 수 없다"며 "정부가 기존 법의 유권해석만 달리 해도 방법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 주장의 근거는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 조항이다.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한다'는 조항으로 수쿠크도 겉으로는 배당 형태이지만 실질이 일반 채권의 이자와 같다면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세당국인 재정부는 여전히 "법 개정 말고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문창용 재정부 조세기획국장은 "이슬람채권은 실제 거래행위가 일어나는 것에 세금을 물리는 만큼 관련 법이 법인세법 부가세법 양도세법은 물론 자산 취득에 따른 취득 · 등록세법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법에 특례조항을 반영하지 않고 하위법 손질이나 유권해석으로 추진한다면 다른 법률에 모두 저촉돼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기에서 통과가 무산된 만큼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상황을 봐가며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종태/박신영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