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카이사르는 명령하지 않았다…단지 앞장섰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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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전설을 만든 카이사르 군단 |스티븐 단도 콜린스 지음|조윤정 옮김|다른세상|496쪽|2만4000원로마 장군 카이사르는 라이벌 폼페이우스와 가진 문다 전투에서 난생 처음 패배에 직면했다. 언덕 위로 진격하던 병사들이 적군의 투창 세례에 겁을 먹고 그 자리에 멈춰선 것이다. 카이사르는 이들을 독려했지만 소용없었다. "여기서 지면,나는 목숨을 잃고 그대들은 경력이 끝난다. " 카이사르는 이 말을 남기고 투구를 벗은 채 홀로 앞으로 나아갔다. 병사들을 몰아세우는 대신 위험 속으로 먼저 뛰어들었다. 이런 행동은 병사들에게 큰 자극이 됐고,카이사르가 이끄는 10군단은 값진 승리를 얻었다.
《로마의 전설을 만든 카이사르 군단》은 하나의 개별적인 로마 군단을 다룬 최초의 역사서다. 카이사르가 창설한 10군단의 전투와 전장에 나선 장군들의 리더십은 현대인에게도 큰 가르침을 준다. 위험 앞에서 당당하게 맞서는 용기,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불굴의 의지까지 카이사르와 10군단의 무훈담은 우리에게 일상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방법들을 일러준다. 100여개 민족과 120개 속주를 통합한 거대 로마제국이 탄생한 배경에는 뛰어난 군인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제시한다. 빵이 주를 이룬 식단 때문에 병사들의 평균 신장은 163㎝에 불과했다. 그러나 철저한 훈련은 이들을 진정한 전사로 거듭나게 했다. 로마군은 최대 100파운드(45.4㎏)의 짐을 지고 하루 25마일(40.2㎞)을 행군했다. 행군 중에는 매일 새 진지를 구축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과 전술까지 갖췄다. 가히 최강 군단이었다.
저자는 그들이 펼친 역사상 최고의 전투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가 숙명의 대결을 펼친 파르살로스 전투,카이사르의 뛰어난 전술이 돋보이는 탑수스 전투,해전의 전범(典範)으로 불리는 악티움 해전….특히 전투에 참여한 장군과 병사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당시의 상황을 더욱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전투의 결정적 패인과 승리의 요소도 적시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각 군단의 배치와 전투의 진행 상황도 자세히 서술했다. 군사 지식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필독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