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이에너지, 유상증자는 "신사업 투자'보다 '빚 갚기'용?


이케이에너지 주가가 대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앞둔 지난주부터 연일 급상승, 일주일 만에 50% 이상 뛰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증자결정은 잠재적 물량부담이 우려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곤 한다. 때문에 이케이에너지의 주가상승은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유증 청약에 앞서 단기 급등에 성공했기 때문에 증자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들은 "150억원에 이르는 증자자금 중 대부분이 빚을 갚는데 쓰이고, 신성장동력이라고 볼 수 있는 신사업에 투자하는 비중은 상당히 낮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우려했다. 9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케이에너지 주가는 지난 2개월여간 300~400원대를 맴돌다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단숨에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500원, 액면가)을 넘어섰다.

이 회사 주가가 본격 상승한 시점은 지난 2일 신사업 진출 계획을 내세운 기업설명회(IR) 당일부터다. 2일부터 6일까지 매매일 기준으로 3일 연속 '상한가 랠리'를 기록한 것. 유상증자 청약 마감일인 이날도 주가는 전날대비 장중 5% 이상 오르는 등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이케이에너지의 급등 배경으로는 신사업 진출에 따른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유일한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증자 이후 신사업에 대한 회사측 투자 규모가 미미해 실제 신규 매출이 크게 발생할 수 있을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화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케이에너지는 IR에서 카메라 등에 사용되는 전하결합소자(CCD) 이미지 센서·카메라모듈 설계 및 제조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15억원을 들여 CCD 이미지 센서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쎄이미지를 인수할 예정이다.

또 CCD 관련 사업 진출 등으로 내년에 매출액 202억원과 영업이익 2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이는 지난해 이 회사가 달성한 매출액(111억원)과 영업이익(2억원)의 약 2배와 9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케이에너지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조달자금 150억원 중 쎄이미지 인수자금(15억원)은 최우선적으로 사용된다. 반면 쎄이미지의 기업 정상화 자금(기타 자금 55억원)은 6위로 밀려났다. 자금 사용 우선순위 2~5순위가 모두 이케이에너지의 운영자금과 채무상환 비용으로 잡혀있는 것이다.
만약 유상증자로 71억2000만원(발행비용 3억2000만원 포함) 이하의 자금이 모인다면 이케이에너지는 쎄이미지 인수에 자금 15억원만 사용하고 43억원의 부채 부담을 털 수 있는 것.

유상증자를 통해 쎄이미지의 경영이 정상화되는 최소한의 자금 126억2000만원이 모인다고 하더라도 빚 청산 비용의 비율이 높은 것은 여전하다.

쎄이미지 생산 및 운영 투자자금 55억원 중 30억원이 쎄이미지의 차입금의 상환에 쓰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케이에너지의 상환비용을 합하면 150억원 중 73억원이 빚 갚는 데 사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시전문가는 "조달 자금 사용 계획을 살펴보면 신사업 운영과 관련된 비용이 크지 않다"며 "유상증자를 앞두고 호재를 노출시켜 유상증자를 성공시키려는 경우가 있으니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케이에너지 관계자는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이케이에너지가 채권자의 요청으로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데다 두 회사 모두 이자비용이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는 등 빚을 먼저 청산하는 편이 앞으로 경영하는데 효율적이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유상증자 이후에 자금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