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병 많은 내년 경제 투자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국은행은 어제 내년 경제성장률을 4.5%로 전망했다.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올해 예상치(6.1%)에 비해 상당폭 둔화된 수치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000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까지의 성장률 평균 수준"이라며 "올해는 기저효과로 성장률이 높았지만, 내년에는 정상으로 돌아간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06년 5.2%와 2007년 5.1%에서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여파로 2.3%로 하락했고, 작년에는 0.2%에 그친 뒤 올해는 수출 호조세와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큰 폭으로 반등했다. 따라서 4.5%라는 내년 성장률은 그간의 추이와 올해 성장률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점 등을 감안하면 그렇게 낮은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은의 내년 경제전망 내용을 들여다 보면 우려되는 측면 또한 없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부분은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 24.3%에서 내년에는 6.5%로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기저효과 때문에 올해는 상대적으로 높았고 내년부터는 다시 정상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재정투입도 크게 줄어드는 만큼 투자의 급격한 감소는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한은은 내년 취업자 수가 올해보다 7만여명 줄어든 26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역시 간단히 넘길 수 없는 문제다. 한은은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5%로 올해(2.9%)보다 높아지면서 2008년 4.7%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 강세가 예상되는 반면 내년에는 성장 둔화로 물가억제를 위한 한은의 금리인상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물가는 내년 우리 경제에 의외의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주요국의 더딘 경기 회복, 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정책 등에 따라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전망인데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부각도 우리 경제에는 만만치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 대한상의가 최근 300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80%의 기업이 아직까지 내년 사업계획을 못세웠다고 응답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대내외 변수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수시로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내년 경제를 운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회복도 빠르지만 위기 발생시 단기간에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