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주당 배당금 850원 확정' 논란…하나금융 "론스타에 배당 제한이 목적"

노조선 "사실상 확정수익 보장"
하나금융지주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올해 배당금으로 주당 850원을 사실상 확정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등은 올해 배당금을 감안하면 하나금융의 인수가격은 주당 1만4250원이 아니라 1만5100원이 된다며 하나금융이 이를 속였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은 이에 대해 론스타가 과도하게 배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만든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나금융은 10일 정정공시를 통해 '론스타가 올해 배당금으로 최대 주당 850원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만일 배당금이 850원 미만에 그치면 차액을 하나금융이 보전해 주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올해 배당금이 주당 850원을 초과하면 외환은행의 주식가치가 그만큼 감소해 초과 금액만큼 매매대금이 줄어들고,반대로 배당금이 850원 미만으로 결정되면 외환은행의 주식가치가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해당 부족분만큼 매매대금이 증액 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론스타는 이미 중간배당을 통해 받아간 주당 235원을 합쳐 총 1085원을 올해 배당금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외환은행의 올해 순이익을 1조원으로 계산할 때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은 70%에 달한다. 지난 3분기 현재 외환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8190억원이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이 1조62억원이었던 2006년 당시 주당 배당금도 1000원(배당성향 64%)에 달했다"며 "올해 순이익은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현실적으로 850원 이하로 결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07~2009년 배당금이 적었던 것은 2007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13.6%를 블록세일해 투자금을 일부 회수한 데다 2008년과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내부유보를 늘려야 할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인수협상 때 론스타는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현대건설 매각이익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를 반영해 배당금을 주당 1000원 이상 가져갈 것으로 우려돼 주당 850원으로 못박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이번 공시로 그동안 론스타의 추가적인 '확정수익 보장장치'를 하나금융이 몰래 속여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은 이에 대해 "매매대금은 하나금융이 지급하지만 결산 배당금은 론스타가 사실상 결정하는 것이므로 배당금까지 포함해 하나금융을 지급 주체로 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