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한국아이디어경영대상] (기고) 아이디어 싹이 돋아나도록 해야

이회식 (사)한국제안활동협회 회장
'인간이 가진 능력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끄집어내 활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요즘과 같은 어지러운 세태에서뿐만 아니라 언제 어느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대단히 강력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구성원들의 능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끄집어내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가정은 물론 학교,사회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는 지식사회가 되고 이러한 경영은 지식경영이 된다. 지식경영에 바탕을 둔 지식근로자를 많이 확보하는 일은 '거대경쟁(mega competition)'사회의 핵심적인 전략이 되고 있다. 조직 구성원의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창출해 경영혁신활동에 반영하는가가 기업 제안제도의 핵심이다. 제안활동 시스템만 구축되면 얼마든지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땅을 파서 우물을 만든다고 모두 맑은 물이 펑펑 나오지 않는 것처럼 기본지식이 있어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기본지식을 맑게 유지하고 오래도록 마르지 않도록 하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주어진 공통적 과제이며 책임이다. 더구나 조직의 경영 관리자에게는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전략이자 미루지 말아야 하는 현실적 과제다.

신경 세포가 모여 신경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인간의 뇌(腦)속에는 수백억개의 뇌세포가 있다고 한다. 잘 끄집어내 활용하면 끝도 없이 샘솟아 나오는 지식의 원천이 되지만 그대로 방치해 두면 점점 녹이 슬고 메마르게 된다. 교육의 본질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샘물을 어떻게 하면 많이 풀어낼 수 있는가에서 출발한다. 가정교육과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 또한 같다. 학생들에게 맑고 새로운 지식의 샘물이 솟아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선생님의 가장 큰 임무다. 가지고 있는 능력을 찾아 정리하고 엮어내 새로운 지식사회의 일꾼으로 키우는 일이 선생님들의 임무이자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제안활동도 가정교육이나 학교교육과 기본적으로는 다를 바 없다.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열심히 제안활동을 추진한 결과가 귀찮거나 이른바 두통거리가 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지는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가 회사에 들어와도 사내교육을 포함한 능력개발을 소홀히 한다면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는 물론 지식경영의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제안활동은 대표적인 능력개발 프로그램이다.

또 우수한 인재가 우리 회사에 들어오도록 애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종업원을 우수한 인재로 키우는 일이다. 숨어 있는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싹 틔우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 대리 아이디어 누가 죽였나?'이것은 삼성그룹이 전체 계열사에 내보낸 '창의 살리기' 추리극 사내방송 내용이다(본지 2009년 12월26일자 참조).이 방송에서는 아이디어를 죽인 첫 번째 범인(창의적 조직문화를 갉아먹는 요인)은 '상무님이 별로 안 좋아해!'라는 이유로 아이디어를 묵살한 팀장이었고 두 번째 범인은 '당장 실적 없으면 안 돼!'라며 유능한 제안자의 아이디어를 싹이 트지 못하게 만든 과장을 지목했다. 세 번째 범인은 '내 아이디어도 아닌데…'라며 외면하고 도와주지 못한 팀 동료였다.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일만 많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죽는 것이라고 추리극은 결론을 내린다. 제안활동이 잘되지 못하는 고질적인 요인들을 추리극 형태지만 절묘하게 꼬집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디어의 싹이 싱싱하게 돋아날 수 있도록 기업 현장을 옥토로 만들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최고경영자들에게 기대해 본다.

경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