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권 지각 변동] "명동 유동인구 100만명 잡아라"…유명 패션브랜드 앞다퉈 입점

● 한발 앞선 명동

자라ㆍH&Mㆍ갭ㆍ포에버21 등 매장 선점경쟁 치열
최신 유행에 저렴한 가격, 유니클로 명동점 월매출 20억

명동은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자라(스페인) 유니클로(일본) H&M(스웨덴) 갭(미국) 등 10여개 매장이 국내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을 놓고 명동상권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8년 경기 불황으로 국내 업체들이 명동을 떠날 때 이들은 한국에 상륙하면서 대형 쇼핑몰과 명동 내 핵심 입지를 하나둘 꿰찼다. 여기에 스파오,코데즈컴바인,TNGT 등 국내 브랜드들이 명동 패스트패션 전쟁에 가세하면서 그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2~3개 매장 운영하는 H&M 유니클로세계적인 수준의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990~2800㎡ 규모의 대형 매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물론 자라 H&M 유니클로 등은 명동에서 2~3곳씩 매장을 운영 중이다. 공간만 확보되면 추가로 매장을 낼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이들이 앞다퉈 명동에 몰려드는 것은 하루 평균 100만명 넘게 몰려드는 유동인구를 잡기 위해서다.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과 최신 유행을 반영한 신상품을 내세워 고객의 지갑을 열고 전국 최고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848㎡(560평) 규모의 유니클로 명동점에서 올리는 월 평균 매출은 20억원.전국 53개 매장 중 1위다. 자라도 전국 20개 매장 가운데 명동의 엠플라자점과 눈스퀘어점이 월평균 9억~12억원으로 1,2위를 다툰다.

한 건물에 나란히 매장을 여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엠플라자에는 자라와 포에버21,눈스퀘어에는 자라와 H&M이 입점해 있다. 주말에는 쇼핑하러 온 국내외 소비자들로 양쪽 매장 모두 발 디딜 틈이 없다. 서로 매출을 갉아먹기보다는 오히려 고객 유입이 늘어나 전체 매출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눈스퀘어는 H&M과 자라가 나란히 1층 매장을 차지해 집객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H&M과 자라의 하루 평균 방문 고객 수만 1만명.주말에는 1만5000여명에 이른다. 이렇게 명동이 브랜드 홍보효과는 물론 매출까지 높은 상권으로 주목받으며 다른 패션 브랜드들도 앞다퉈 매장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매물이 없어 매장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랜드가 스파오에 이어 선보인 여성 SPA 브랜드 미쏘도 당초 명동에 1호점을 낼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강남역에 문을 열었고,자라를 운영하는 인디텍스도 두 번째로 들여온 '마시모두띠'를 명동 대신 가로수길과 강남역에 각각 1,2호 매장을 냈다. 자리만 확보되면 명동에도 낼 계획이라고 인디텍스코리아 관계자는 설명했다.

패션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신규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 매장을 잠시 열고 빠지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매출이 높다 보니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입점 대기자가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팽창 억제하는 명동상권 경계남북으로 팽창하는 강남역과 달리 명동은 경계가 뚜렷하다. 명동성당(동),눈스퀘어 상가(서),명동역(남),을지로입구역(북)이 그 경계선이다. 한정된 공간에 사통팔달로 유동인구가 몰려드는 '저수지 상권'인 셈이다. 이동희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은 "명동상권이 지나치게 옷과 화장품에 의존하고 있어 오후 10시 이후에는 활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신분당선(강남역~정자역) 개통을 앞두고 강남역의 오피스 빌딩 매매가는 천정부지다. 뉴욕제과 인근 대로변 빌딩은 3.3㎡당 호가가 4억원에 달한다. 신분당선 개통에 따른 효과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김강희 우리부동산 부사장은 "삼성타운 입주를 호재로 급등했던 오피스와 상가 시세가 교통 호재를 발판으로 한번 더 뛸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류병우 이안공인중개사 이사는 "신분당선이 개통되면 지금처럼 강남역에서 버스를 내리지 않고 전철을 타고 분당 용인 등지로 곧바로 갈 것이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줄게 된다"고 말했다.

안상미/강창동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