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 감세 커녕 세금 더 늘어날 판

● 심층분석 한경ㆍ국민은행 조사 … 공제 축소로 2012년 '增稅'
2012년 시행하기로 법에 명시한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가 여야 정치권의 반대로 철회되면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고세율 인하에 따른 '고소득층의 세 부담 경감 혜택'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이미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를 고소득층에 불리하게 바꿔 놓았는데,여야 정치권이 이를 무시한 채 최고세율 인하만 철회하는 쪽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2일 국민은행 프라이빗뱅킹(PB) 사업부에 의뢰해 소득 수준별 근로소득세를 계산한 결과 2012년 소득세 최고세율을 2%포인트 인하하더라도 총 급여 1억2000만원(소득과표 기준 9770만원)을 받는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은 1910만1000원으로 올해 1837만5000원보다 4.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두 명이고 배우자 소득이 없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기본공제와 표준공제(700만원)만 적용해 계산한 결과다.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과세표준액 88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구간의 세율이 2012년 35%에서 33%로 낮아지는 것에 맞춰 정부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혜택도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2년 연간 총 급여 8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분에 대해서는 소득공제율을 2%포인트 낮추고,1억원 초과분에는 소득공제율을 4%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지금은 4500만원 초과에 대해 일괄적으로 5%의 근로소득공제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2012년부터는 8000만원에서 1억원까지는 3%,1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의 공제율만 적용한다. 50만원을 적용해온 세액공제도 총 급여액이 1억원을 넘는 사람에게는 2012년부터 한푼도 주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다 최고세율 인하마저 철회될 경우 1억2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 부담하는 세금은 19만4000원 더 늘어 세 부담이 4.9% 증가한다. 원종훈 국민은행 PB사업부 세무사는 "세율 인하보다 더 큰 폭으로 각종 공제를 줄인 상황에서 세율 인하를 철회할 경우 고소득층의 세 부담은 그만큼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