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겨울엔 낙상 사고 3배 증가…규칙적 스트레칭·근력운동 필요

가정주치의

겨울철 낙상 대처법
엉덩이·척추·손목 등 위험
고관절 골절 사망 확률 높아
칼슘·비타민D 충분히 섭취를

겨울철에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거나 경사진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낙상을 입는 사람이 속출한다. 낙상 사고를 겪게 되면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엉덩이뼈나 척추뼈에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반사적으로 손을 땅에 짚으면 손목뼈가 부러지고,넘어지기 전에 몸의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면 무릎이나 발목 인대가 다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낙상 골절의 40~60%가 엉덩이 관절에서 발생하고 다음으로 척추,손목,무릎,발목 순이다.

◆겨울에 낙상사고가 많은 이유겨울철엔 낙상 사고가 다른 계절의 3배 수준으로 증가한다. 차가운 기온으로 근육이 수축되고 몸의 유연성이 떨어져 조금만 미끄러워도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쉬운 게 첫째 요인이다. 눈보라나 흐린 날씨로 시야가 가려 충돌 사고가 일어나는 것도 무시못할 변수.여성들은 하이힐이나 부츠처럼 발볼이 좁고 굽높은 신발을 신고 걷다 무게중심을 잃는다.

노인은 관절이 경직되고 유연성이 떨어져 쉽게 낙상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30~50%가 낙상을 경험한다. 실내낙상도 빈번해 전체 노인 낙상의 30%가 실내에서 발생한다. 어두운 조명,문지방,미끄러운 바닥 같은 환경적 요인과 어지럼증,근력저하,사지경직,약물복용 장기침상안정 등 신체적 요인에 의해 노인낙상이 유발된다.

◆노인 낙상 예방엔 꾸준한 운동노인은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걷지 않으며 움직임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둔한 옷은 피해야 한다. 목욕탕에는 타일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게 매트를 깔고 골밀도가 낮은 경우 엉덩이 보호대를 착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가장 기본은 꾸준한 운동과 적절한 영양섭취다. 운동부족으로 굳어진 척추 및 관절을 스트레칭으로 풀도록 한다. 탄력밴드나 아령을 이용한 근력운동과 자전거타기 수영 걷기 등 지구력강화 운동을 병행한다면 최선이다. 이런 게 어렵다면 벽에 서서 두팔로 벽 밀기,계단 끝에 반쯤 서서 뒤꿈치 들기 등을 1주에 3번 이상,한번에 30분 이상 실시한다.

조기호 서울시 북부노인병원 재활의학과 과장은 "규칙적인 운동은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해 골소실을 줄이고 혈압과 혈당을 정상화하며 유연성과 평형감각을 증진시켜 낙상위험을 줄인다"며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해 골밀도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엉덩이관절 및 골반 골절 대처법

엉덩이를 부딪혀 넘어지면서 골반뼈가 골절된 경우 몸통이 뒤틀리지 않고 하중 전달 체계에 손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단순히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침상에서 안정을 취한 후 목발 보행하는 것으로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고관절(대퇴부와 골반을 연결하는 엉덩이 관절)이 골절된 경우에는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90%에 이른다. 6개월 내 사망률도 20%나 될 정도로 위험하다. 권오룡 연세사랑병원 관절센터 소장은 "단순히 뼈가 부러진 것인데도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수개월 동안 꼼짝 않고 누워있게 되어 뇌졸중과 심장마비,폐렴과 욕창,영양실조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뼈가 약한 골다공증 환자는 경미한 낙상에도 고관절이 부러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개월 동안 골절된 고관절을 단단히 고정하며 골다공증이 심하거나 퇴행성 관절염이 나타난 경우엔 인공관절대체술을 시행한다.

◆척추압박 골절은 풍선확장술척추압박골절은 외부의 강한 힘에 의해 원통 모양의 척추가 눌리며 납작하게 변형되는 골절이다. 주로 척추의 앞쪽이 주저앉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등이 구부러지게 된다. 척추가 골절되더라도 신경을 누르지 않으면 통증이 심하지 않아 방치하기 쉽지만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거동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 병원 김호중 척추센터 소장은 "척추압박골절은 풍선이 달린 바늘을 척추체 안으로 삽입한 후 부풀려서 짜부라진 척추체를 들어 올려 복원하고 풍선 속을 골시멘트로 채워 넣으면 정상과 가까운 모양과 단단함으로 척추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손목 무릎 발목의 삠과 골절

넘어지면서 순간적으로 손목을 바닥에 짚게 되면 체중의 약 2~10배에 달하는 힘이 손목에 실려 골절되기 쉽다. 특히 손목 둘레가 가늘거나 뼈가 덜 발달된 아이들,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진 노인들은 손목 골절 위험이 높고 회복 또한 오래 걸린다. 손목 골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면 손목 관절염으로 진행되거나 관절 변형이 초래된다. 또 빙판길에서 걷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무릎이나 발로 버팅기면 마찰에 의해 발목이 삐거나 무릎의 인대나 연골이 손상될 수 있다.

가벼운 무릎 인대 손상이나 발목 염좌의 경우에는 휴식,찜질,압박,거상(들어올리기) 등을 시행한다. 인대의 손상이 경미하면 혈소판풍부혈장(PRP)주사요법이나 체외충격파 등 비수술적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PRP주사는 자기혈액에서 혈소판을 뽑아 고농축해 환부에 주입함으로써 손상된 조직을 복원하는 치료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병변 부위에 고에너지의 충격파를 쏘아 염증개선 및 통증완화를 유도한다. 30분 내외의 짧은 시술 시간으로 증상이 현저하게 개선돼 바쁜 직장인들에게 권할 만하다. 골절로 진단되면 최소 8~12주의 회복기간이 필요하다. 골다공증을 고치면서 증상의 경중에 따라 통증치료와 물리치료를 시행하고 심하면 수술치료도 고려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