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창구서 증권계좌 개설 못한다

금융당국 "실명제법 어긋나"
금융당국이 보험사에서 증권계좌를 개설해주는 서비스가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계열 보험사의 영업이 활발한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이 타격을 입게 돼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3일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보험사 영업창구에서 증권계좌를 열어주는 서비스가 실명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며 "관련 영업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곧 업계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증권계좌를 직접 열어 주거나,고객이 증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온라인 상으로 열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수수료를 받아왔다. ▶ 관련기사 보기

이 같은 계좌개설 대행은 자본시장법에 '위탁 가능한 업무'로 명시된 데다,업무개시 1주일 전까지 금융감독원에 신고만 하면 가능해 미래에셋증권이 2007년께 시작한 이래 지금은 일반화된 영업 방식이다. 삼성증권 한화증권 동양종금증권 등이 계열 보험사에 계좌개설 업무를 맡겼고,메리츠종금증권 동부증권 등도 도입을 추진했지만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실명법 위반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는 이후 6개월간 실태 파악과 법률 검토 끝에 실명법 취지에 위배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련 규정이 모호한 탓에 생긴 일"이라며 "계좌개설은 증권사 핵심업무라 위탁이 가능한지가 논란인 데다 보험사는 실명확인 업무를 대행할 자격이 없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증권 · 보험사들은 오래 전부터 해온 서비스이고,은행을 통한 계좌개설은 허용하면서 보험사만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은 지급결제권이 있고 가상의 모(母)계좌를 만들어 증권 자(子)계좌를 연결하는 방식이라 문제가 없지만,보험사는 고객 자체계좌가 없고 상품 가입 시 실명확인 절차도 안 거친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를 통해 개설하는 계좌가 적지 않은 데다 실증분석 결과 이들은 대부분 우량고객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주요한 영업채널을 잃게 됐다"고 우려했다. 보험권에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업무위탁에 앞서 증권사들은 금감원에 사전신고를 했지만,보험사들은 고의는 아니지만 한 곳도 '부수업무' 신고절차를 밟지 않아 규정 위반 논란을 빚게 됐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