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실명 위험 큰 노인성 '황반변성'…비정상 혈관 태워 치료…약값 90% 건보 지원

명의칼럼

이종현 인제대 일산백병원 안과 교수
사람의 눈은 흔히 카메라에 비유되곤 한다. 카메라에서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이 필름인데 우리 눈에서 이런 필름의 역할을 하는 곳이 망막이다. 필름은 전체가 동일한 감도로 빛에 반응하지만 망막은 중앙에 위치한 황반에 빛을 감지하는 세포를 밀집시켜 놓았다.

나이가 들면 황반 세포는 여러 원인에 의해 성질이 변화되고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를 노인성 황반변성이라 한다. 고령화로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황반변성 환자 수도 같이 늘고 있다. 또 서구화된 식사습관,흡연 등으로 인해 중장년층의 황반변성 발병 빈도도 함께 높아져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습성' 황반변성이다. 눈에 노폐물이 쌓이는 것으로만 끝나는 건성 황반변성과 달리 습성 황반변성은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증식 · 출혈하면서 염증성 물질이 흘러나오는 삼출 현상이 동반된다. 건성 황반변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습성 황반변성은 병의 진행속도가 매우 빨라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황반변성에 의한 실명 중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과거에는 문제를 일으키는 혈관을 제거하기 위해 황반 주변까지 모두 레이저로 태우거나,나쁜 혈관에만 달라붙는 약물을 주사해 해당 혈관만 선택적으로 태우는 방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기껏해야 시력이 더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 2007년에 혈관이 자라나게 만드는 인자 자체를 억제하는 획기적인 약물이 개발됐다.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라고 불리는 항체 주사로 지금까지 시판된 치료제 중 유일하게 약 40%의 환자에서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2009년 8월부터는 한쪽 눈 당 5회까지 약값의 9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주기 시작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감이 크게 줄었다. 다만 이 같은 습성 황반변성 치료의 표준이 되고 있는 루센티스의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 두 가지 검사가 선행돼야 한다.

우선 형광안저혈관조영술로 황반 부위에 자라난 미세한 혈관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검사는 팔의 정맥을 통해 형광염료를 주사한 후 동공을 크게 키워 망막의 혈관 상태를 관찰한다.

또 눈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불리는 빛간섭단층촬영으로 안구 내 조직의 횡단면을 정확하게 단층 촬영해 황반이 어느 정도까지 부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들 검사로 루센티스 주사가 꼭 필요한지 판가름할 수 있다. 황반변성은 녹내장,당뇨병성 망막증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실명을 유발하는 3대 안과질환이 됐다. 황반변성은 환자 수가 급증하고 발병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이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적정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황반변성이 의심돼 안과를 찾을 때에는 반드시 방문하려는 병원에서 형광안저혈관조영술과 빛간섭단층촬영 등 두 가지 검사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