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진의 World Biz] 넷플릭스의 必死則生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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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 뉴욕 증시에선 S&P500지수 편입회사 가운데 3개 회사가 교체된다. 새로 진입하는 회사 중 하나가 올 들어서만 250% 이상 주가가 급등한 넷플릭스다. 영화를 DVD 대여나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는 업체로,창업자 리드 해스팅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포천이 선정한 올해의 기업인에 올랐다.
넷플릭스의 부상은 지난 9월 파산보호 신청을 한 동종 업체 블록버스터의 쇠락과 대비된다. 양사의 부침이 전 세계 경영대학원(MBA) 학생들에게 사례로 인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이미 인터넷 등에는 두 회사를 비교한 자료들이 넘쳐난다. 1985년 설립된 블록버스터는 12년 늦게 영화 대여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를 '동급'으로 쳐주지도 않았다. 2000년 제휴를 맺자고 찾아온 해스팅스 CEO를 문전박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는 내년 2월11일까지 구조조정안이 법원의 승인을 얻어야 재생의 끈을 잡을 수 있는 처지로 전락했다.
무엇이 이 둘의 운명을 갈라놓았을까. 포천은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으로 자기 사업을 잡아먹을 수 있는 카니발리즘(cannivalism)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데 있다고 분석했다. 우편서비스를 통해 영화 DVD를 빌려주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넷플릭스에 인터넷에서 직접 영화를 시청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자기 사업을 잡아먹을 수 있는 '독(毒)'이었다. 하지만 2007년 넷플릭스는 독배(毒杯)를 마셨고,이는 인터넷이란 새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적자생존의 체질을 만들었다. 필사즉생(必死則生,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인 셈이다. 여기엔 창업 때부터 우편배달 체인 기업이기보다 오락 · 유통 서비스업체라고 회사의 성격을 규정해 온 해스팅스 CEO의 사업관도 작용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이어 최근 닌텐도 위(Wii)에서 넷플릭스의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어디서나 넷플릭스의 영화서비스를 제공받게 하겠다는 전략이 종전의 수익모델을 파괴할 자신감을 심어준 셈이다.
반면 한때 3000여개 지점을 뒀던 세계 최대 영화 비디오 대여업체인 블록버스터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해 몰락했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게임기 하나로 성공 신화를 일군 일본 닌텐도가 스마트폰 게임 열풍에 흔들리는 것도 필사즉생의 결단을 요구한다. 닌텐도는 최근 2010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순익 전망을 당초 2000억엔에서 900억엔으로 대폭 낮췄다. 때마침 뉴욕타임스는 스마트폰 게임 '앵그리버드'가 전 세계 게임시장을 강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폰이나 갤럭시폰으로 즐길 수 있는 대박 게임을 낸다면 닌텐도는 또 다른 성공신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머큐리뉴스닷컴은 최근 경기침체 속에서도 잘나간 애플의 성공비결 중 하나로 아이폰의 아이팟 시장 잠식을 두려워하지 않은 데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1위 기업들도 필사즉생의 자세를 갖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
넷플릭스의 부상은 지난 9월 파산보호 신청을 한 동종 업체 블록버스터의 쇠락과 대비된다. 양사의 부침이 전 세계 경영대학원(MBA) 학생들에게 사례로 인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이미 인터넷 등에는 두 회사를 비교한 자료들이 넘쳐난다. 1985년 설립된 블록버스터는 12년 늦게 영화 대여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를 '동급'으로 쳐주지도 않았다. 2000년 제휴를 맺자고 찾아온 해스팅스 CEO를 문전박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는 내년 2월11일까지 구조조정안이 법원의 승인을 얻어야 재생의 끈을 잡을 수 있는 처지로 전락했다.
무엇이 이 둘의 운명을 갈라놓았을까. 포천은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으로 자기 사업을 잡아먹을 수 있는 카니발리즘(cannivalism)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데 있다고 분석했다. 우편서비스를 통해 영화 DVD를 빌려주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넷플릭스에 인터넷에서 직접 영화를 시청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자기 사업을 잡아먹을 수 있는 '독(毒)'이었다. 하지만 2007년 넷플릭스는 독배(毒杯)를 마셨고,이는 인터넷이란 새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적자생존의 체질을 만들었다. 필사즉생(必死則生,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인 셈이다. 여기엔 창업 때부터 우편배달 체인 기업이기보다 오락 · 유통 서비스업체라고 회사의 성격을 규정해 온 해스팅스 CEO의 사업관도 작용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이어 최근 닌텐도 위(Wii)에서 넷플릭스의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어디서나 넷플릭스의 영화서비스를 제공받게 하겠다는 전략이 종전의 수익모델을 파괴할 자신감을 심어준 셈이다.
반면 한때 3000여개 지점을 뒀던 세계 최대 영화 비디오 대여업체인 블록버스터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해 몰락했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게임기 하나로 성공 신화를 일군 일본 닌텐도가 스마트폰 게임 열풍에 흔들리는 것도 필사즉생의 결단을 요구한다. 닌텐도는 최근 2010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순익 전망을 당초 2000억엔에서 900억엔으로 대폭 낮췄다. 때마침 뉴욕타임스는 스마트폰 게임 '앵그리버드'가 전 세계 게임시장을 강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폰이나 갤럭시폰으로 즐길 수 있는 대박 게임을 낸다면 닌텐도는 또 다른 성공신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머큐리뉴스닷컴은 최근 경기침체 속에서도 잘나간 애플의 성공비결 중 하나로 아이폰의 아이팟 시장 잠식을 두려워하지 않은 데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1위 기업들도 필사즉생의 자세를 갖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