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추기경 4대강 발언'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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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사제 "서울대교구장 용퇴를""추기경은 용퇴하라." "4대강 사업을 무조건 찬성한 것은 아니다. "
서울대교구 "정부 편든 것 아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79)의 4대강 사업 관련 발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사제들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고 서울대교구는 해석상의 문제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병상 몬시뇰과 함세웅 신부 등 원로사제 10여명은 1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회 공동체의 일치와 연대를 보증해야 할 추기경이 주교단 전체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결론에 위배되는 해석으로 사회적 혼란과 교회의 분열을 일으킨 것은 어떤 모양으로든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며 "용퇴의 결단으로 진정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천주교 사제들이 추기경을 공식적으로 비판하면서 용퇴까지 거론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함세웅 신부는 이에 대해 "추기경 직은 명예직이며 종신직이라 자의적으로 물러날 수 없는 만큼 서울대교구장 직에서 용퇴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원로 사제들은 지난 1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성명서가 장상(長上)에 대한 순명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의식한 듯 "사회 일각에서 오해하듯이 장상에 겨냥한 비난이 반박으로 볼 일이 결코 아니며 교회공동체를 향한 그들의 사랑과 헌신의 열정을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겸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사제단의 성명과 관련,"정 추기경이 4대강 사업에 노골적으로 찬성하거나 정부 편을 든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허 신부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정 추기경은 지난 3월 주교회의가 발표한 성명에 대해 자세하고 분명하게 해석해 설명한 것"이라며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 · 반대 측 모두 정 추기경이 4대강 사업에 무조건 찬성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시 주교회의 성명에는 '반대'나 '중지' 등의 표현이 없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신자들이 '반대'라고 받아들여 자신이 4대강 개발에 찬성하면 주교회의 결정을 거스르게 되고 죄가 된다는 혼란을 느꼈기 때문에 이들을 향해 한 이야기라고 그는 설명했다.
허 신부는 이어 "사제단의 성명 발표 사실을 추기경께 보고드렸다"며 "정 추기경은 추기경이라도 정책적인 부분에 대해 비판받을 수 있으며 반대의견도 충분히 듣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누구나 비판받을 수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비판의 방식이나 방법"이라며 "적어도 교회의 수장에 드리는 이야기는 우선 공문이나 서신으로 보냈으면 더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