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 빼주세요"…골머리 앓는 재개발 사업장

"분양 힘들다" 조합·시공사 꺼려 … 설계 변경으로 일정 지연 우려
서울 순화1-1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중대형 평형 위주로 된 단지 설계를 중소형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구역은 당초 공급면적 기준으로 152㎡(46평)~267㎡(81평형) 156채로 설계됐다. 그러나 철거가 거의 끝난 지금 49㎡(15평)~161㎡(49평형)로 넓이를 줄이고 세대수를 292채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중대형 기피 현상 때문이다. 이 구역의 조합원은 50여명으로 중소형 위주로 이미 배정받았다. 중대형 위주로 신축 물량 3분의 2 이상을 일반분양해야 하지만 용산 강남 등 인기 주거지역에서조차 중대형이 외면받는 상황을 무시하기가 어려웠다. 시공사인 동부건설 관계자는 "조합 측과 설계 변경을 논의하는 단계"라며 "시공사와 조합원 상당수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사업 지연 등의 부작용도 있는 만큼 조합원 의견을 들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환경정비사업(옛 도심재개발),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조합들이 아파트 설계를 중대형에서 중소형으로 바꾸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일선 조합들에 따르면 소형평형 의무비율 제한이 없어 중대형 위주로 설계를 했던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들은 평형 조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진수 주거환경연합 사무총장은 "동자동2,동자동8,용산국제빌딩5,저동1지구 등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에선 아파트를 없애고 오피스텔 등으로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크게 평형을 줄이는 곳과 아파트를 포기하는 곳으로 나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개발구역에서도 평형 조정은 흔하다. 809채를 신축할 예정인 북아현1-2구역은 155㎡형(47평형,172채) 건립 채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142㎡(43평형)를 새로 넣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일반분양이 되지 않으면 시공비에 대한 이자부담이 증가돼 결국 조합원 분담금이 늘게 된다"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기다리는 단계까지 사업이 왔지만 시장 상황에 맞게 평형을 조정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및 각 구청에 따르면 송파구 거여 · 마천,동대문구 이문 · 휘경,전농 · 답십리 등 뉴타운 내 재개발조합들도 중소형 비율을 높이는 내용의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진행 중이다.

평형 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업 지연이다. 구역지정 단계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적어도 1년~1년6개월 정도 시간이 더 걸린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입주가 지연될 뿐만 아니라 이주비에 대한 이자 등 금융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아 조합원 간 다툼이 생기는 곳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