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간암 전문의들 호평 'DC비드'…부작용 줄이고 항암·색전 성능은 개선
입력
수정
메디컬 포커스
간암환자 대부분에 투여 가능
입원 기간 하루…치료비용 줄어
삼성·아산병원 등서 널리 사용
간암은 국내 전체 암 사망자 중 세 번째(남성 2위,여성 4위)로 많은 암으로 연간 1만명 이상이 이 암으로 죽는다. 매시간마다 1명 이상이 간암으로 생명을 잃는 셈이다. 더욱이 간암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어렵다. 이 때문에 간암의 5년 생존율은 15.3%로 모든 암 평균 5년 생존율 52.2%에 비해 매우 낮다(2008년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을 방문한 경우 3분의 2 이상은 이미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조기발견이 안돼 수술할 수 없는 환자에게 가장 많이 시행하는 게 간동맥화학색전술(TACE: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로 국내 전체 암 환자의 30% 안팎에 적용된다. 국내서는 연간 약 3만건 이상이 시행된다. 지난해 3월 국내에 도입된 비엘엔에이치(대표 노동출)의 'DC비드'는 기존 간동맥화학색전술에 쓰이던 약물보다 항암효과는 높고 부작용은 적어서 간암 전문의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그동안 시행돼 온 간동맥화학색전술은 간암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주로 독소루비신)와 유화제(리피오돌),색전물질(젤폼) 등을 혼합해 반죽한 걸로 막는 것.선택적으로 종양만을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방법은 항암제,리피오돌,색전물질의 종류와 용량 등이 표준화되지 않아 치료효과가 들쑥날쑥하고 독소루비신이 간암 이외의 전신에 퍼져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유발하는 단점을 보였다.
이에 비해 DC비드는 약물방출성 구슬입자(DEB:Drug Eluting Bead) 형태의 제품이다. 폴리비닐알코올하이드로겔 성분의 구슬입자에 독소루비신 등 안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암제를 결합시켜 간암 관련 간동맥에 주사하면 14일에 걸쳐 서서히 항암제가 방출된다. 간암으로 산소 및 영양 공급을 차단하는 동시에 더 오랜 시간 항암작용을 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기존 간동맥색전술은 항암제의 부작용을 우려해 독소루비신의 1회 투여량이 50㎎ 이하로 제한되는 반면 DC비드는 간암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약물이 투여되므로 용량을 150㎎까지 늘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독소루비신의 전신 혈중농도는 매우 낮게,종양 내 농도는 매우 높게 유지돼 전신적인 항암제 독성은 최소화되고 항암제의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DC비드로 화학색전술을 받은 사람은 부작용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하루만 입원하면 되지만 기존 화학색전술을 받은 사람은 평균 8.5일이나 입원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2007년 건강보험통계연보).이 덕분에 환자는 항암제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입원치료에 드는 비용부담을 덜 수 있다.
간암은 수술치료가 원칙이다. 간암의 비수술적 치료로는 고주파열 또는 절대알코올로 간암을 괴사시키는 치료법이 있다. 하지만 이들 치료는 암의 크기가 3㎝ 이하,암 덩어리의 개수가 3개 이하인 초기암일 때 적용할 수 있으며 치료효과의 편차는 크다. 암덩어리가 더 크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항암치료를 실시하지만 이마저도 환자의 상태가 나쁘면 시행하지 않는다. 표적항암제는 수개월 정도 수명을 연장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비해 간동맥화학색전술은 항암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간암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고 보다 뚜렷한 생명 연장 및 고통경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DC비드는 색전 및 항암 성능이 현저하게 개선돼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DC비드는 폴리비닐알코올하이드로겔 성분의 구슬입자 지름이 100~300㎛,300~500㎛,600~700㎛ 등 3종이어서 막아야 할 간동맥의 크기에 맞춰 골라 쓰게 돼 있다. 과립형태의 비드 2㎖와 생리식염수 6㎖를 섞어 쓰며 항암제를 녹여 20~120분간 방치하면 항암제가 비드에 고루 스며들게 돼 있다. 2003년 유럽연합 31개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았고 이후 미국 캐나다 동유럽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등에서도 공식 사용되고 있다. 국내서는 의료기기로 허가받았으나 아직은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없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