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해외 노무관리' 정부도 나서라

권위적 기업문화 현지 불만 키워
노사교육 국가 프로그램 마련을
지난주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우리나라 투자 기업에서 발생한 노사분규로 3명이 죽고 수백명이 다친 사태는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인사관리에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외에 투자한 기업들이 사업 초기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큰 차이가 없으나 중소기업의 경우 주로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사전준비 없이 진출한 데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특히 베트남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회교 국가 그리고 중남미 국가 등은 우리나라와 문화 및 근로 관행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이해 없이 진출한 뒤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된 노사갈등이 지역사회 전체로 번지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이 현지 정부나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례도 적지않다. 현대자동차 인도 공장의 경우 이들 업체의 직원이면 신분상의 제약인 카스트제도를 뛰어넘어 결혼 상대로 선택할 수 있을 정도다.노사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진출 기업 중에는 한국에서 노조활동이 활성화된 이후 노조를 피해 해외로 나간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의 집단적인 목소리나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경영관을 가지고 있고 이 같은 사용자들의 대(對)노조관이 정상적인 노사관계 형성을 어렵게 하는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의 인사관리 관행은 권위주의적 문화가 지배했던 1960~70년대 국내에서의 인사관리 관행과 유사하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이 같은 인사관리 특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개발도상국가의 근로자들도 자국의 경제발전이 이뤄짐에 따라 임금 및 복지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지고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자주적인 활동에 보다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과거에 그러했듯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중국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는 최근 들어 자국인 근로자의 권익 옹호를 위해 외국계 기업에 노조 결성을 의무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다국적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이를 어떤 형태로든 규범화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협력회사와 동반해 해외진출을 하고 있는 대기업을 포함한 우리 기업들도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스포츠용품회사인 나이키는 과거 개발도상국 협력회사들의 노동 착취를 방치했다가 전 세계적 불매운동에 직면한 곤혹스러운 경험이 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우선 현지 근로자들의 집단적인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유사 노조 기능을 하는 조직과의 대화를 통해 현지 근로자의 근무 의욕을 고취시킴으로써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 향후 적대적인 강성 노조의 출현도 예방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노무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노사분규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잦은 것은 진출 업종이 섬유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구조적 요인도 일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업종에 진출한 다른 나라 기업들에 비해서도 노사분규가 빈번히 발생하고 문제가 커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차제에 해외진출 우리 기업의 노무관리를 포함한 인력관리를 지원하는 국가적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해외진출 기업의 노무관리는 기본적으론 기업의 몫이지만 정부의 역할도 적지 않다. 일본에서 해외 진출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부 주도로 사전교육을 세밀한 프로그램에 따라 실시하는 건 본받을 만하다. 지금같이 1년에 한 번 정도 개최하는 행사성 세미나나 해설집 · 안내서 발간 정도로는 한계에 부닥쳤음을 절감해야 한다.

박영범 < 한성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