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의 '온산 프로젝트'…油化로 10년 먹을거리 찾는다

석유화학 설비 확장
세계최대 PX센터 내년 완공…年생산 70만t서 160만t으로

새로운 도약의 준비
油化 하위제품으로 영역 확대…신재생에너지·자원개발 진출
2007년 11월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 에쓰오일 본사.김선동 당시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측에서 선임한 사미르 에이 투바이엡 사장,그 해 4월 2대주주가 된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 등 12명의 이사들이 모였다. 이날 이사회의 핵심 안건은 1조4000억원 규모의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SEP).에쓰오일의 자기자본 2조3367억원의 절반을 넘는 대규모 투자계획이었다.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고도화설비 투자를 통해 정유업계 3강으로 올라선 이 회사가 또 하나의 성장동력을 갈구하던 때였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경쟁사들이 잇따라 고도화설비 투자에 나서며 에쓰오일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대로 가다간 다시 정유업계의 '마이너'로 전락할 위기였다. 12명의 이사들은 만장일치로 투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세계 최대 파라자일렌 센터 완공 '눈앞'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장 내 수출 부둣가 옆 부지.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20t 덤프트럭 25만대 분량의 흙을 쏟아부은 매립지다. 1년 전만 해도 휑하게 비어 있던 곳이지만 이젠 각종 석유화학설비가 빼곡이 들어차 있다.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의 공사 진척률은 90%를 넘는다. 완공을 앞두고 배관,보온,수압 관리 등 마무리 점검이 한창이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공사 인력은 하루 3500여명.지난해 6월 착공 이후 연인원으로는 150만명에 이른다. 사용한 철골은 4만t,파이프 길이만 700㎞에 이른다.

지금과 같은 속도면 내년 1월 공사를 마무리하고,4월부터는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 투자를 결정한 이듬해인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며 완공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계획보다 2개월 이상 공기를 앞당길 전망이다.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는 18만4500㎡ 부지에 한 해 90만t의 파라자일렌(PX)과 28만t의 BTX(벤젠 · 톨루엔 · 자일렌)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에쓰오일의 BTX 생산 규모는 30만t에서 58만t으로 늘어나고,PX 생산능력은 70만t에서 160만t으로 확대된다. 원유 정제능력도 하루 58만배럴에서 63만배럴로 증가한다.

PX센터는 단일 공정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안종범 경영기획실장은 "당분간 세계적으로 이만한 규모의 파라자일렌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이 건설될 계획은 없다"며 "국제 자일렌 가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유전'으로 3강 진입에쓰오일은 1976년 쌍용양회와 이란 국영 석유회사(NIOC)가 50 대 50으로 합작해 세운 한 · 이석유가 모태다. 공장 건설이 한창이던 1978년 호메이니의 회교 혁명이 일어나 이란 측에서 지분을 회수하면서 쌍용정유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1991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지분 35%를 인수했으며,1999년에는 쌍용그룹에서 분리돼 독자경영 체제로 재출범했다. 2007년엔 한진그룹이 지분 28.4%를 사들여 2대주주가 됐다.

초창기에는 유공과 호남정유 양강체제에서 밀려나 경인에너지 극동정유 등과 함께 3위를 다투는 정도였다. 하지만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2강3약' 구도는 에쓰오일이 1991년과 1995년 잇달아 원유 정제시설을 완공,하루 9만배럴에서 58만배럴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1996~1997년 연이어 1,2단계 벙커C크래킹센터(BCC)가 상업 가동에 들어간 것이 기폭제였다. 하루 14만8000배럴의 벙커C유를 처리해 경유 등유 등의 경질유를 생산해내는 BCC를 가동하면서 이익률은 오히려 선두 업체들을 앞서기 시작했다.

안 실장은 "1990년대 초 고도화시설을 추진한다고 밝혔을 당시 경쟁 업체들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며 "아람코의 기술력과 경험 등이 결합되며 경쟁사들보다 10년 앞서 '지상유전'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먹을거리,석유화학사업

에쓰오일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먹을거리는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화학 부문이다.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사장은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를 통해 적기에 석유화학사업을 확장하고,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함으로써 미래 이익 창출의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아로마틱 사업의 확장은 우리의 최종 목적지가 아닌 새로운 성장을 위한 출발선이며,석유화학산업의 하류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며 활황을 맞고 있는 석유화학산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신동열 생산지원부문 상무는 "중국에서 화섬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아시아지역의 파라자일렌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데 비해 공급은 부족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화학설비 증설이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종 기업들과의 제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10월 STX그룹과 에너지 관련 사업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및 해외 광물자원 개발 등 에쓰오일이 다른 정유사에 비해 취약했던 분야를 보강할 계획이다. 수베이 사장은 "에쓰오일은 정유사업 확장,석유화학사업과의 통합,신재생에너지사업 모색이라는 세 가지 전략 방향을 설정했다"며 "핵심 자원과 역량의 확보,외부 파트너와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