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정치인이 망친 스페인 재정

최근 스페인은 유럽 재정위기의 한복판에서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투자자들은 스페인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가입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높게 본다. 내부 상황도 마찬가지다. 실업률은 20%를 웃돌고,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43%를 넘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스페인 정부의 능력에 회의적이다.

과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경제가 제로 성장에 머물러 있던 시절 스페인은 연간 3%가 넘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6년 전만 하더라도 유로존에서 창출되는 신규 일자리의 60%가 스페인에서 나왔다. 재정수지는 매년 흑자였고,공공부채도 적었다. 스페인 기업들은 전 유럽을 넘어 미국과 남미까지 활발하게 진출했다. '유럽의 기적'으로까지 손꼽혔던 스페인은 불과 몇 년 만에 '유럽의 문제아'로 전락해 버렸다. 올해 유럽 5대 경제국 중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국가는 스페인뿐이다. 사람들은 내게 항상 똑같은 질문을 한다. 스페인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도대체 스페인의 문제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대답은 항상 명확하다. 현재 스페인 국민들이 치르고 있는 비용은 정치인들의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경제위기의 뿌리는 2004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출범한 현 정부는 30년 동안 스페인 사회를 이끌어왔던 원칙을 포기했다. 40년간의 독재 시대를 끝낸 후 1978년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를 위한 헌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2004년 출범한 새 정부는 이 같은 헌법을 부정했다. 정부가 그동안 스페인 사회를 단결시켜 왔던 원칙을 저버리면서 스페인 사회는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정부는 기업 활동에 제멋대로 간섭하면서 시장 경제 원칙을 침해했다.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적인 개혁에도 소홀했다.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어들이면서도 정부 재정 수지는 갈수록 악화됐다.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책임을 포기해 버린 셈이다.

현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신용을 잃었다. 정부는 개혁을 위한 의지와 책임감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앞으로 새 정부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새 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해 과감한 개혁을 실시해야만 한다. 개혁에는 어떠한 기적이나 지름길도 없다. 새롭고 적절한 정책을 제대로 수립해 전면 시행하는 것만이 스페인 경제를 살릴 수 있다.

개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및 사회 분야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 활동을 위한 자유를 제공하면서 역동성을 불어넣어야 한다. 대신 정부는 공공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비대해진 행정부 조직을 축소해 몸집을 줄이고 공공지출도 줄여야 한다. 복지부문 개혁도 더이상 미룰 수 없다. 그것만이 스페인을 되살릴 수 있는 길이다. 스페인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6년간 정치인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해야만 한다.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 스페인 前 총리 / 정리=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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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 전 스페인 총리가 '스페인의 문제는 무엇인가(What's wrong with Spain?)'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