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前 경제부총리 "외환위기 13년 '백서' 조차 없어 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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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할 일…' 회고록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맡았던 강경식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74 · 사진)이 '국가가 해야 할 일,하지 말아야 할 일'(김영사 펴냄)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14일 내놨다.
"지난 10년간 외환위기를 막지 못한 경제 총수로서 근신하며 지냈다"며 회고록을 시작한 강 전 부총리는 "해야 할 숙제를 하지 않고 미루고 있는 것 같은 꺼림칙함을 떨치지 못해 당시 겪은 일들과 어떤 생각을 했는가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1961년 재무부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해 재무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거쳐 경제팀 수장으로서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들이 담겼다. 한때 '국가 부도의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던 그는 "다른 나라에서는 외환위기처럼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하면 으레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만들지만 한국은 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일이 없으며 'IMF 백서'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9 · 11 테러는 물론 2008년 금융위기가 지나간 뒤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꾸려 사태의 원인과 공과를 샅샅이 파헤쳤고,태국도 외환위기 이후 '누쿨 보고서'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를 보인 것과 상반된다는 것이다. 강 전 부총리는 "국가 차원에서 외환위기의 원인을 밝히고 수습대책과 재발 방지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정리한 보고서가 없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도공포증'에 관한 일화도 소개했다. 삼미특수강 진로 한보의 부도를 잇달아 겪은 김 전 대통령은 업무 보고 때마다 부도를 내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것.강 전 부총리는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부도 내기를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며 "부도를 내지 말라는 당부는 재경원이나 금융회사에 할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자에게 해야 하는 말이다. 부도는 '내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후배 공직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국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왜 정부에서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경쟁 탈락자의 '패자부활'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등 사회안전망 구축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판 기념회는 15일 오후 5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다. 사공일 무역협회장,진념 전 경제부총리(삼정KPMG 고문),김인호 전 경제수석(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이석채 KT 회장 등이 참석한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