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 돌파] 차분한 객장…"꾹 참고 기다려 겨우 원금"

"아직 체감지수와 큰 격차"
코스피지수가 37개월 만에 2000 선 고지에 오른 14일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 객장.개장 초 전광판에 찍힌 'KOSPI 2002'라는 숫자가 무색할 만큼 객장 안은 차분했다.

개인투자자 10여명이 일찌감치 객장에 나와 전광판을 주시할 뿐이었다. 고객의 상담요청 전화도 거의 울리지 않아 객장 안은 적막할 정도였다. 다른 증권사 영업점들도 내방 고객이나 상담전화가 없어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A증권사 관계자는 "2007년 코스피지수가 2000 선이었을 때는 밀려드는 고객과 상담하느라 (기자와) 말할 시간도 없었는데 이번엔 주문이 없어 손을 놓고 있다"며 "2007년 꼭지에서 실패 경험이 있는 개인들이 '2000포인트'를 오히려 팔아야 할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고민에 빠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주식거래가 늘면서 객장 손님이 줄긴 했어도 전화마저 뜸한 것은 이례적이란 얘기다.

객장에서 만나본 투자자들은 한결같이 2000 선 재돌파가 되레 부담스럽다는 반응이었다.

3억~4억원을 투자한다는 50대 김모씨는 "리먼 사태 때 큰 손실을 본 뒤 3년 동안 꾹 참고 그대로 들고 왔는데 이제야 원금을 회복하고 수익도 조금 났다"며 "주가가 오른다니 더 사고 싶긴 한데 예전처럼 돌발 악재로 폭락할까 두려워 망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형주 위주로 코스피지수가 빠르게 뛰어오르는 사이 실제 지수와 투자자들의 체감지수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도 개인들이 매매를 주저하게 되는 요인이다.

70대 강모씨는 "삼성전자 포스코 같은 우량종목을 보유한 지인들은 돈을 좀 벌었다는 데 난 코스닥 종목 위주로 들고 있어 2000 선이 전혀 기쁘지 않다"며 "들고 있는 종목을 싸게 팔 수도 없고,우량 종목을 이제 와서 비싸게 살 수도 없어 걱정만 더 커졌다"고 푸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