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여 총장 "한국의 스탠퍼드大로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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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천의대-경원대 통합 MOU경원대(경기 성남)와 가천의과학대(인천)가 2012년 3월 통합한다. 이길여 경원대 총장(가천길재단 회장 · 길의료재단 이사장 · 사진)과 송석구 가천의대 총장은 14일 오후 경원대 지하캠퍼스인 비전타워에서 통합 협약을 체결하고 공식적인 통합 작업을 시작했다.
4년제 사립大간 첫 자발적 통합 … 정원 4500여명 수도권 3위 규모
의학·한의학·약학 등 '시너지'…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을 것
국립대끼리 또는 4년제 사립대와 전문대가 통합한 사례는 있지만 4년제 사립종합대가 자발적으로 합치는 것은 처음이다. 1971년 고려대가 경영난을 겪던 우석대를 흡수 합병했지만 당시에는 자발적 통합이 아니었다. 가천의대 설립자인 이 총장은 이날 협약 체결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는 "경원대는 인문학 사회 · 자연과학 예술 분야에 강점이 있고 가천의대는 의학 · 약학 · 보건 · 생명과학에 특화돼 있다"며 "통합으로 1 더하기 1이 2가 아닌 3이나 4가 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통합 대학(학교명 미정)의 총장을 맡는다.
그는 "통합으로 본교 입학정원이 4500여명으로 늘어나 수도권 대학 중 3위의 대형 대학으로 발돋움한다"며 "의학 · 한의학 · 약학 · 바이오 등 네 분야를 완벽하게 갖추게 돼 날개를 단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두 대학의 강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할 것"이라며 "인원 감축 등 통합으로 인한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힘들다는 대학 통합을 연달아 성공시켜 '통합의 귀재'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다. 1998년 말 가천길재단이 인수한 경원대는 2007년 1월 경원전문대와 합쳤다. 현 가천의대는 2006년 초 가천의대와 가천길대학(2년제)이 통합돼 만들어졌다. 이 총장은 "남들은 일생에 한 번도 하기 힘든데 여러 번 통합을 경험하게 됐다"며 웃었다. 1958년 산부인과 의사로 출발해 병원 경영자,교육자로 변신한 이 총장은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한 '의대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연구능력이 뛰어난 의대와 이를 뒷받침하는 병원,약대 등이 대학 발전에 필수적"이라며 "의료 · 생명 · 보건 분야는 대학의 성장엔진이자 재정의 보고"라고 말했다. 이 분야 기반 없이 명문대학의 반열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통합 대학을 '한국의 스탠퍼드대'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기업이 주문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미국 스탠퍼드대의 차별화된 산학협력 교육시스템을 배울 것"이라며 "경원대 인근 분당 판교테크노밸리에 430여개의 IT(정보기술)업체가 자리잡고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지난 10월 중순 완공한 경원대 비전타워는 통합 대학의 위상을 상징한다"며 강한 애착을 보였다. 그는 "고도제한을 피하면서 비좁은 땅에 넓은 광장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지하캠퍼스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총면적 5289㎡의 비전타워는 지하철 개찰구와 연결된 국내 유일의 지하철 직통 구조로 이뤄져 있다. 1932년 전북 옥구에서 출생한 이 총장은 서울대 의과대를 졸업한 뒤 미국 매리 퀸스종합병원 레지던트를 수료하고 일본 니혼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