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 돌파] 탄탄한 기업실적으로 숱한 난관 극복…선진시장 문 앞에 섰다

● 2007년과 얼마나 다른가

3년 전 24조 판 외국인 20조 매수, 주도주 車·IT·화학으로 바뀌어
출구전략·인플레 우려는 부담

코스피지수가 37개월 만에 2000 선을 탈환한 것은 국내 증시가 이머징 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발돋움할 도약대에 선 것으로 평가된다. 지수 2000 선은 단순히 '앞자리 숫자가 다른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내 기업들의 탄탄한 실적을 토대로 리먼브러더스 사태,유럽 재정위기,북한 리스크 등 숱한 난관을 이겨냈다.

전문가들은 3년 전과 지금의 증시 환경은 차원이 달라 2000 선 안착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내년에도 강세 전망이 우세해 시중자금이 증시로 방향을 틀 것이란 기대도 있다. 나이키 로고처럼 급락세를 만회한 뒤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란 얘기다. ◆3년 전보다 지금이 훨씬 낫다

2007년 10월부터 한 달여간 2000 선을 중심으로 등락했던 증시는 이후 롤러코스터를 탔다. 2008년 9월15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이 결정타였다. 지수는 1400 선에서 수직낙하해 그 해 10월27일 장중 900 선이 붕괴되며 투자자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은 급반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견뎌낸 국내 간판기업들이 두드러진 실적 개선을 앞세워 주가 반등을 이끌었다. 외국인의 복귀로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49.65% 급등했고 올 들어서도 19.39% 상승했다. 라성채 한국거래소 시황분석팀장은 "불안한 해외변수와 북한 리스크를 이겨내고 2000 선을 돌파한 것은 한국 증시가 재평가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으로 진입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2007년 10월과 현재 지수대는 같아도 증시 여건은 여러 면에서 판이하다. 2007년 외국인은 24조원 이상 순매도했지만 펀드 붐에 힘입은 투신(자산운용사) 등 기관이 10조원어치를 순매수해 시장을 밀어올렸다. 하지만 올해엔 외국인이 약 20조원의 매수 우위를 보인 반면 기관은 10조원 넘게 순매도해 철저히 외국인 주도 장세로 변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07년 10월께 연 5.4%대였지만 지금은 연 3.30%로 낮아졌다. 저금리로 수급 여건은 지금이 더 낫다는 평가다. 과거 코스피지수 2000 선 위에서 주식형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4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1700~2000선 사이에 들어온 자금(34조원)에 비하면 환매 압박도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증시는 조선 철강 기계 등이 주도했지만 최근 장세는 자동차 화학 정보기술(IT) 등이 대표주로 나선 점도 달라진 모습이다.

◆추가 상승 어디까지 가능할까일부 낙관론자들은 국내 증시가 2~3년 뒤면 3000 선까지 도약할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과 이익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돼 1995~1999년 미국 다우지수가 신경제 체제 아래 장기호황을 맞으며 4배 가까이 급등했던 때와 유사한 흐름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저금리를 견디지 못한 국내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면 2013년 상반기 코스피지수는 3000 선에 도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퀀텀점프'(대도약)식 주가 상승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 많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상반기에 2300까지 오를 수 있지만 하반기엔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기가 정상화되면 출구전략과 물가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내년 1분기까지는 초과 유동성으로 상승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그 이후엔 조정이 찾아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수가 3년간 1000포인트 넘게 올라 심리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도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증시들이 기술적으로 과매수 영역에 접어들고 있다"며 "자산가격 급등은 긴축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