勢불린 LG…3D TV '표준전쟁' 삼성ㆍ소니에 선전포고

차세대 편광필름 방식 패널
세계 최대 시장 중국서 공개
中 6社ㆍ필립스ㆍ도시바 동참

LG디스플레이가 LCD(액정표시장치) 분야 세계 1위 굳히기를 위한 새 카드를 꺼냈다. 안경의 무게를 줄여 착용감을 개선하고 입체 영상을 볼 때 발생하는 어지러움증도 최소화한 새로운 편광 방식 3차원(D) 패널을 개발,새해부터 아시아,유럽 등지의 주요 업체들과 손잡고 차세대 3D TV 확산에 나선다.

LG디스플레이는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차세대 3D 패널인 편광 필름 방식(FPR:Flim-type Patterned Retarder) 3D 패널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이 회사가 국내가 아닌 중국에서 제품 발표회를 갖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세계 최대 TV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발판 삼아 독자 개발한 차세대 3D TV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눈을 상하게 하지 않는 3D 신시대'

이번에 개발한 패널의 특징은 '눈이 편한 3D TV'로 요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 3D TV는 입체 효과를 내기 위해 안경을 이용해 좌 · 우 영상을 번갈아 보여주는 셔터글라스 방식을 택했다. 안경에 전자장치를 넣다 보니 무거워지고 전자신호의 미세한 오차로 인해 깜빡임(플리커),화면 겹침(크로스토크) 등이 발생하면 어지러움증이 유발되기도 했다. 편광필름 3D 패널은 TV 화면과 안경에 얇은 편광 필름만 붙이면 되기 때문에 3D 안경이 일반 안경처럼 가벼운데다 전자 신호 오차로 인한 깜빡임,화면 겹침 문제도 크게 줄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편광 방식 3D TV의 우수성을 평가했다. 미국 퍼시픽 유니버시티 산하 검안조사센터 제임스 쉬드 박사는 "FPR 3D TV는 깜빡거림이 없을 뿐만 아니라 화면 겹침이 적어 시력 보호 측면에서 매우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삼성,LG 3D 표준 전쟁 격돌영화 '아바타'를 계기로 올초 본격 형성된 3D TV 시장은 북미,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80~90%의 점유율을 올린 삼성전자 독주체제였다. 삼성은 TV의 화질을 높이기 위해 셔터글라스 방식이 적합하다고 판단,모든 제품을 이 방식으로만 생산한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3D TV 바람몰이에 나선 소니도 셔터글라스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나의 방식으로 통일될 것 같던 흐름에서 LG디스플레이가 새로운 방식의 3D TV를 내놓으면서 셔터글라스를 대표하는 삼성 진영과 편광 방식을 대표하는 LG 진영 간 3D TV 표준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LG 진영에 참여할 TV제조사들의 위용도 공개됐다. 이날 발표회에는 스카이워스,콩가,하이센스,하이얼,창홍,TCL 등 중국 6대 LCD TV 업체들은 물론 LG전자,대만 비지오,일본 도시바,네덜란드 필립스 등 글로벌 LCD TV 업체들의 최고 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양동웬 스카이워스 부총재는 "FPR 3D TV가 개발되면서 내년 중국 3D TV 시장이 올해(20만대)의 40배 규모인 800만대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30~70인치 크기의 FPR 방식 3D TV 풀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참가한 업체들의 중국 LCD TV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그동안 셔터글라스와 편광 방식을 모두 개발했지만 FPR 방식이 모든 면에서 월등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적합한 진정한 3D 기술이라고 판단했다"며 "TV 제조사들과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새해 FPR 3D TV 확산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