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 전성시대…이틀새 5000억 뭉칫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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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울·레오·브레인, 10%대 수익 … "대형주 장세 지속" 인기몰이올해 증시를 주도해온 '자문형 랩'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코스피지수 2000 시대를 이끝 대형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쓸어담는 자문형 랩의 강점이 부각되면서 자금이 몰리고 단기 수익률면에서도 국내 주식형펀드를 웃돌고 있다.
증권사, 내년 판매 2배로 확대
신설 자문사인 한국창의투자자문의 자문형 랩에 이틀 새 5000억원이 넘게 몰려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 자문형 랩 판매 규모를 올해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어서 대형주 장세 속에 자문형 랩 '전성시대'가 이어질 전망이다. ◆자문형 랩,코스피지수 상승률 웃돌아
코스피지수는 15일 0.42%(8.43포인트) 오른 2017.48로 마감,37개월 만에 되찾은 2000선 위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0월6일 1900선을 밟은 뒤 두 달 만에 100포인트 올랐다.
지수 상승세에 맞물려 같은 기간 자문형 랩 수익률도 가파르게 뛰어올랐다. 현대증권이 판매하는 16개 자문형 랩 중 12개가 코스피지수 상승률(5.52%)을 웃돌았다. 가울(11.1%) 레오(10.50%) 브레인(10.15%)의 자문을 받는 자문형 랩은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7.21%)을 앞지르며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 중인 23개 자문형 랩 중 15개 상품도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달성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자문형 랩의 전략이 시장 흐름과 맞아떨어져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시총 상위 종목들이 선전하며 자문형 랩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창의자문,이틀 새 5000억원 모집
내년에도 대형주 위주로 지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대세를 이루면서 자문형 랩이 더 각광받는 양상이다. 창의투자자문은 자문형 랩 판매에 들어간 지난 13,14일 이틀간 13개 증권사를 통해 5100억원을 모집했다. 특히 창의자문이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LS산전 등은 '창의주'로 불리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대규모 수주 호재가 겹치며 1.80% 상승한 42만4500원에 마감돼 1년 신고가를 새로 썼다. 신한지주(1.83%) LS산전(1.08%)도 상승 마감했다. 김영익 창의자문 대표는 "내년 실적이 크게 개선될 은행주나 외국인이 선호하는 현대중공업이 포트폴리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며 "다만 생각보다 주가가 빨리 올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문형 랩 판매를 일시 중단했던 브레인투자자문도 특정 기간에만 모집하는 단위형으로 신규 자문형 랩을 출시할 때마다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달 일주일 새 4500억원을 끌어모은 데 이어 연내 3000억원 규모로 다시 모집할 계획이다. 브레인은 운용 규모 3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내년에도 '빅뱅' 이어진다주요 증권사마다 자문형 랩 판매를 공격적으로 늘릴 태세여서 내년에도 자문형 랩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1조9000억원 규모인 자문형 랩 잔액을 내년엔 최대 4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도 8000억원대에서 2010사업연도 말인 내년 3월까지 1조500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내는 절대수익형 상품과 시스템트레이딩을 이용한 파생상품 랩도 기획 중이다.
그러나 소수 종목에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문형 랩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자문형 랩이 상승장에 편승해 단기간 높은 수익을 얻을 순 있겠지만 장이 꺾였을 때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직후 반짝 유행했던 스폿펀드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보미/강현우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