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채권단 "현대그룹 대출확인서 불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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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 해지 수순…22일까지 결정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현대건설 매각을 위해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를 해지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채권단의 법률자문사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15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채권단 실무자회의에서 현대그룹이 제출한 대출확인서가 당초 채권단이 요구했던 자금 출처 증빙 자료로 불충분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회의에는 주주협의회 소속 9개 금융회사 중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을 제외한 8개 회사의 실무자들이 참석했다. 채권단은 17일 전체 주주협의회를 열어 현대그룹과 맺은 MOU를 어떻게 할지 논의하기로 했다. 17일 주주협의회에는 현대그룹과 맺은 MOU를 해지하는 안건과 MOU는 유지하되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하지 않는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MOU 해지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MOU 해지 수준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협의회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포기한 현대증권을 제외한 8개 채권단은 오는 22일까지 의견을 내기로 했다. 22일 이전에라도 전체 채권단의 80%가 해지에 동의하는 의견을 보내와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면 그 즉시 MOU가 해지된다.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한 의결권 비율은 외환은행 24.99%,정책금융공사 22.48%,우리은행 21.37% 등이다.
현대그룹과 맺은 MOU를 해지한 뒤 예비협상 대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과 매각 협상을 시작할지 여부도 전체 주주협의회에서 결정한다. 운영위원회는 이 안건도 함께 주주협의회에 올릴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조달한 1조2000억원은 제3자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한 사실이 없고 대출금은 현재 나티시스은행의 두 계좌에 들어 있다는 내용의 대출확인서를 지난 14일 냈다. 하지만 당초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나 텀시트(term sheet · 세부계약 조건을 담은 문서)를 제출하는 것은 끝내 거부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MOU를 해지할 것에 대비해 10일 법원에 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MOU 해지에 대해 법률자문사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그동안 시끄러웠던 현대건설 매각 문제를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다"며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채권단이 공정하게 매각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