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명품의 부작용

'대부분의 사람은 필요한 것보다 많이 사거나 당초 계획과 다른 것을 산 다음 돌아와 후회한다. 쇼핑은 죄책감과 자부심,부담과 기쁨을 동시에 안기는 복잡한 현상이다. 쇼핑은 인간의 속성,곧 자신의 현실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희망사항을 나타낸다. '

'쇼핑의 유혹'을 쓴 토머스 하인이 설명하는 비합리적 소비의 이유다. 그는 쇼핑을 부추기는 9가지 요인으로 파워 · 책임 · 발견 · 자기 표현 · 심리적 불안 · 관심 · 소속감 · 축하 · 편의를 꼽고,이 모든 것은 물건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랜트 매크래켄(캐나다 겔프대 교수)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였다. 문화적 가치가 소비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그것이다. 그는 저서 '문화와 소비'에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소유물이 문화적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만들고 싶어한다며 친구에게 선물 받은 진홍색 가운을 입은 뒤 처음엔 책상,다음엔 의자와 벽걸이 순으로 살림살이 모두를 바꾼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1713~1783)의 예를 들었다.

'디드로 현상'이란 말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맥크래켄은 또 남의 눈에 띄는 품목이거나 자신의 주요 가치를 반영한 품목일수록 디드로 현상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명품 시장은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거나 명품은 대중화되면 오히려 판매가 줄어든다는'베블런 현상'의 근거다.

디드로 현상과 베블런 현상을 동시에 입증한 연구 결과가 다시 나왔다는 소식이다. 미국 휴스턴대와 보스턴대 연구진이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추적 분석한 결과 명품을 비롯한 유명브랜드 제품 하나가 뜻밖의 과소비로 이어지더란 것이다. 보통 제품은 구입 후 갖고 있던 것들과 어울리지 않을 경우 환불한 반면 명품은 그에 맞는 다른 명품을 사들이더란 얘기다. 사람의 행동은 합리적이지 않고 쇼핑은 특히 더하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된 셈이다. 디드로는 가구를 교체했더니 집은 화려하고 번듯해졌지만 손님은 줄어들고 그 결과 자신도 울적해졌다고 털어놨다. 소유로 자신을 입증하는 일은 한도 끝도 없다.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명품 쇼핑의 유혹에 빠지기 전 기억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