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으뜸기술상] (최우수상) 유명호 삼성테크윈 상무, 지능형 감시로봇 시스템으로 알제리서 1조원 규모 수주

한경ㆍ지경부ㆍKEITㆍ공학한림원 공동 주관
움직이는 로봇이 침입자 탐지
고정로봇 소총 사격 '백발백중'
기존 인력 20%만으로 시설 보호

삼성테크윈은 지난 5월 지능형 감시로봇 시스템으로 알제리에서 수주 대박을 터뜨렸다. 알제리 수도 알제에 55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2012년까지 알제리 주요 도시로 이 시스템을 확대하기로 했다. 개발을 주도한 유명호 삼성테크윈 시큐리티솔루션사업부 개발센터 상무(51)는 "알제리 주요 지역에 시스템을 깔게 되면 총 사업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제리는 잦은 테러에 따른 치안 불안을 없애기 위해 고민하던 중 삼성테크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작년 9월 유 상무가 알제리로 날아가 설명회를 가졌다. 이후 알제리 군 장성들이 한국의 서산 석유비축기지를 둘러보면서 수주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서산 석유비축기지는 이 시스템의 실증 단지다. 쿠웨이트 등 다른 중동 산유국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수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으뜸기술상 심사위원들은 유 상무를 최우수상 수상자로 결정하면서 이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3년간(2011~2013년) 매출액이 2조원에 달하고 무인 감시시장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현재 4%에서 2013년에는 10%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스템은 스스로 물체 이동을 추적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로봇과 통제 시스템 등 정보기술(IT)을 융합한 첨단 감시 시스템이다. 지능형 로봇을 이용한 감시 시스템으로는 세계에서 처음 개발됐다. 사람 중심의 감시 시스템을 로봇 중심으로 자동화한 것이 특징이다. 유 상무는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기존 인력의 20%만으로도 국가 주요 시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은 지능형 감시 카메라를 갖춘 고정형 감시로봇,이동형 로봇(순찰로봇),차량 인식 통제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침입자에 대한 감시는 3중으로 이뤄진다. 1단계로 10㎞ 거리,2단계로 4㎞ 거리,3단계로 근접 거리에서 침입자를 탐지한다. 감시 카메라는 시속 200㎞로 달리는 자동차의 번호판까지 또렷하게 잡아낼 수 있고 야간이나 안개 낀 날에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다. 침입자 정보는 통제실에 자동 통보돼 경비대의 출동을 돕는다. 고정형 감시로봇에는 K3소총을 장착해 사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 상무는 "특등사수가 야간에 100m 거리에서 10발을 쏴 2발을 맞히면 합격인데 감시로봇은 10발을 쏘면 10발 모두 명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이 시스템은 유전 가스전 석유비축시설 교도소 등 국가 주요 시설 감시는 물론 군사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선 휴전선에 일부 배치됐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선 불법 이민을 막는 용도로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테러 위협 등으로 보안 기술 수요가 늘고 있다.

주요 경쟁자는 미국 보잉이다. 그러나 보잉은 전체 시스템이 아닌 단품 위주이기 때문에 삼성테크윈의 경쟁력이 더 높다는 게 유 상무의 설명이다.

시스템 개발은 2005년 시작됐다. 지난해 7월부터 1년간은 지식경제부로부터 80억원의 연구 · 개발(R&D) 예산을 지원받았다. 그동안 개별 제품 위주로 개발이 이뤄지면서 사업화에 실패했다고 판단한 정부는 로봇과 IT를 융합해 시스템을 통째로 파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를 위해 29만평에 달하는 석유공사의 서산 석유비축기지를 실증단지로 활용하도록 했다. 트렉 레코드(운용 실적)가 있어야 수출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유 상무는 당시 직원들과 함께 서산에 여관방을 잡아놓고 3개월간 머물면서 시스템 세팅 작업을 했다. 유 상무는 "연구자들 중에는 '무조건 만들고 보자'는 사람이 많은데 나중에 물건을 팔려고 하면 고객은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게 아니다'고 퇴짜를 놓을 때가 적지 않다"며 "처음부터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상무는 국내 로봇산업 1세대로 꼽힌다. 1984년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테크윈에 입사해 22년간 지능형 감시로봇 분야만 연구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으뜸기술상

으뜸기술상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기술상'이다. 한 해 4조4000억원의 연구 · 개발(R&D) 예산을 투입하는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국내 최고 권위의 공학자 모임인 한국공학한림원이 수상자를 선정한다. 한국경제신문과 지경부 산하 R&D 평가관리 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한림공학원과 공동 주관한다. 국내 연구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지난 4월 시작됐다. 수상자는 2개월마다 선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