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으뜸기술상] (우수상) 박성수 동양제강 상무, 초고강도 폴리에틸렌 섬유 기술 첫 국산화

한경ㆍ지경부ㆍKEITㆍ공학한림원 공동 주관
박성수 동양제강 상무(사진)는 젤방사 방식을 이용해 초고강도 폴리에틸렌 섬유를 만드는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초고강도 폴리에틸렌 섬유는 장력에 견디는 힘(인장강도)이 강철보다 10배 이상 강하며 아라미드 섬유,탄소 섬유 등과 함께 슈퍼섬유로 손꼽힌다.

박 상무는 2000년대 들어 국내 섬유업계가 슈퍼섬유에 관심을 가지면서 고성능 복합재 또는 방탄분야 등에서 초고강도 폴리에틸렌 섬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국내에서도 이 섬유를 구하기 어려웠다. 박 상무는 "당시 세계 최초 개발업체인 네덜란드의 DSM사에서 초강도 폴리에틸렌 섬유를 구매하려고 했으나 가격을 턱없이 높게 부르고 용도까지 따지는 횡포에 화가 났다"며 "이를 계기로 직접 개발을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한양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2004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약 8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초고강도 폴리에틸렌 섬유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적의 섬유라는 뜻에서 '미라클'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제품은 현재 양산 초기 단계다.

이렇게 국산 기술로 개발한 미라클은 가볍고 질기다는 특징을 갖는다. 미라클의 비중은 0.97로 물보다 작다. 다른 슈퍼섬유인 탄소섬유(1.97) 아라미드섬유(1.48)에 비해 훨씬 가볍다. 또 인장강도가 강철보다 10~15배 강해 10가닥으로 152㎏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웬만한 힘에는 끊어지지 않는 강력한 섬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있다. 현재 미라클의 가격은 ㎏당 4만~5만원으로 DSM사의 초고강도 폴리에틸렌 섬유 제품인 다이니마(㎏당 42달러)와 비슷한 수준까지 낮췄다. 동양제강은 작년부터 미라클을 생산하기 시작해 STX와 마이다스 등에 납품하고 있다. 초고강도 폴리에틸렌 섬유는 방탄복이나 방탄헬멧 등 방탄제품,선박 부품이나 어망,자전거의 프레임,비행기 부품 등 가볍고도 강한 소재가 필요한 여러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박 상무는 "세계 생산량이 연간 1만1000t 정도인 초고강도 폴리에틸렌 섬유 시장에서 미라클의 점유율을 향후 10~20%까지 늘리겠다"며 "그동안 전량 수입하던 이 제품을 국산화하면서 수입대체효과가 연간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