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日 소비재시장 뚫었다] 완제품 시장 도전 30년 만에 첫 성공…日서 '부품업체' 꼬리표 뗐다

'갤럭시'에 꽂힌 日스마트族 … 물량 달려 대기수요만 7만대
통신 1위 NTT도코모와 손잡고 유명모델 동원 대대적 광고전

삼성전자는 2007년 9월 일본 가전 시장에서 30년만에 철수했다. 일본 TV 업체들이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광고 마케팅비를 쓰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장에서 5~10%대의 점유율로는 투자비도 거둬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휴대폰 시장도 외산 업체들에는 '무덤'이나 마찬가지다. 노키아 모토로라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들이 시장 공략을 시도했지만 샤프 파나소닉 등 현지업체들에 밀려 사업을 축소해야 했다. 일본 통신 시장은 폐쇄적이고 고립적이란 의미에서 이른바 '갈라파고스'란 별칭까지 붙었다. 동태평양 갈라파고스 군도처럼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진화를 거듭해 왔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시장 기회 선점

스마트폰이 글로벌 휴대폰 시장을 강타하면서 일본 통신 시장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작고 깜찍한 휴대폰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은 크고 깨끗한 화면,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활용도가 높은 스마트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변화의 시작은 애플 아이폰이 일본 휴대폰 시장에 상륙한 2008년 말부터다. 일본 소비자들이 아이폰과 같은 외산 제품을 적극 수용하는 성향을 보이자 대항마를 찾던 1위 이통사인 NTT도코모는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삼성은 일본 회사들이 스마트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때 구글 등과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며 안드로이드폰의 대표 주자로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NTT도코모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나가사카 미쓰루 매니저는 "일본 소비자들은 과거부터 고급 휴대폰을 써왔기 때문에 해외 업체들의 공략이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성능이 뛰어난 제품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선택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확실한 유통 채널 확보

삼성전자는 확실한 판매망 확보에도 성공했다. 요도바시카메라,빅카메라 등 대형 전자유통점에 갤럭시S,갤럭시탭을 전시하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NTT도코모의 지원도 강력했다. 갤럭시S에는 삼성의 영문 로고를 그대로 새겼고,국내용 제품에도 없는 'Galaxy S'란 이름까지 각인돼 있다. NTT도코모는 와타나베 켄 등 톱스타를 홍보모델로 활용해 TV,신문 등을 통해 갤럭시탭과 갤럭시S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자사 앱스토어인 도코모마켓에선 일본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만화 콘텐츠 등을 제공하며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

나가사카 매니저는 "갤럭시S는 도코모의 베스트3 상품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일본을 자주 오간다는 국내 한 벤처기업 사장은 "갤럭시S는 국산 전자제품이 일본 시장을 뚫은 첫 사례일 것"이라며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과 고성능 CPU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덧붙였다. ◆갤럭시,도미노 효과 노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말 출시한 태블릿PC 갤럭시탭의 인지도도 빠른 속도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본의 유명 가격비교 사이트인 가카쿠에선 갤럭시탭이 최근 카테고리별 소비자 만족도 1위에 올랐다.

지난 7일부터는 홍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도쿄 최고 부호 지역인 롯폰기힐스에 제품 체험관인 '갤럭시 카페'를 열었다. 오는 25일(크리스마스)까지 홍보관을 운영하며 소비자들에게 갤럭시 시리즈를 적극 알릴 계획이다. 일본 삼성법인의 오창민 부장은 "아직 공급하지 못한 갤럭시S의 예약 물량이 7만대에 달한다"며 "갤럭시S는 출시한 지 40여일 지났지만 여전히 핫 이슈로 제품 공급이 원활해지면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