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영혼은 '정치인'에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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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는 MB정부 국정운영 기조"관료에게 영혼은 없다"란 말이 회자된 적이 있다. 우리 헌법에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민에 앞서 '선출된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이 같은 '자조'가 나온 것이다. 관료에 영혼이 없다면 논리적으로 영혼은 선출된 권력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명박 정권에 과연 '영혼'이 있는지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 의식한 철회 주장은 잘못
정권의 영혼은 그 지향하는 '이념적 기반과 가치'를 상징한다. '영혼 부재'는 정권 주체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힐난이겠지만 실제 그들의 행태는 그래왔다. '이명박 호(號)'가 방향타 없이 표류한 것은 우파적 정체성과 초심을 스스로 부정했기 때문이다. 사물의 이름을 반듯하게 지어야 한다는 필야정명(必也正名)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감세(減稅)와 작은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다. 따라서 2008년 세제개편 방향은 옳았다. 투자 촉진과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법인세율 인하,민생안정 및 소비기반 확충을 위한 소득세율 인하,불합리한 조세체계 개편 차원에서의 종합부동산세 개선 등은 '지속성장'을 위한 중장기적인 근원처방이었다. 세금으로 선심 쓰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이기도 했다. 감세정책은 긴 호흡의 인내를 요한다. 중도에 포기하면 감세 효과는 사라지고 그동안 감세에 따른 '세수입 상실'이라는 '기회손실'만 떠안게 된다.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감세정책은 일관성과 연속성이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은 표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말 2년간 '감세유보' 결정을 내린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감세유보는 한시적 조치이기 때문에 '감세로의 복원'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여당은 '감세 복원' 대신 '감세 철회' 주장을 펼쳤다. 야당의 감세 공격은 일상적이지만 여권의 감세 철회 주장은 매우 이례적이다.
감세 유보는 2012년 귀속분까지 적용되므로,이명박 정부는 잔여임기 동안 감세가 실질적으로 유예된 것이다. 따라서 감세 철회를 논의한다 하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럼에도 감세 철회 주장을 펴는 것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계산으로 정책기조를 뒤집은 것이다. 역설적으로 소득세율 인하는 좌파정권이 더 적극적이었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에 40%에서 36%로 무려 10%나 낮아졌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최고세율이 36%에서 35%로 낮아졌다. 제대로 된 감세 정책을 시행하지 못한 유일한 정권은 역설적으로 감세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뿐이다. 야당의 '부자감세' 공격은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권의 감세철회 논쟁은 최소한의 '형평성' 원칙마저 놓치고 있다. 작년 12월에 개정된 소득세법은 최고소득세율 인하를 전제로 고소득층의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이미' 상당 정도 축소시켰다. 하지만 감세 철회는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하는 문제만 다루고 있다.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혜택이 축소된 상황에서 세율을 인하하지 않으면,고소득층의 세 부담은 정당한 근거 없이 커지게 된다. 최고세율 인하는 감세 이전에 명목소득 증가에 따른 재정배당(fiscal dividend)으로서의 '세율조정'으로 봐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국민들이 화난 것도,감세에는 소극적이면서 여권 실세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권은 국정운영의 중심 세력이다. '이것도 공짜, 저것도 공짜'라는 선심 경쟁에 끼어들 일은 아니다. 감세는 선심정책이 아니다. 저 들꽃에도 이름이 있거늘,국정중심 세력에 정명과 영혼이 없다면 그것만큼 비극은 없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