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자동차업계 구조개편을 주목해야 할 이유

일본의 닛산과 미쓰비시자동차가 합작회사를 설립, 경차를 공동개발해 2012년부터 판매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경쟁관계에 있던 양사간 경차분야의 합병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자동차업계에 일고 있는 짝짓기 움직임이지만 우리로서도 결코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닛산이 프랑스 르노와 제휴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닛산 르노 미쓰비시 3사 연합은 세계 4위 자동차 그룹으로 떠오른다는 의미를 갖는다. 결국 세계 자동차업계의 판도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우리의 대응전략을 새로 가다듬지 않으면 안된다.

닛산과 미쓰비시의 합작은 세계 신차 판매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경차는 기본적 수요가 있다고 보고 서로의 장점을 결합해 훨씬 경쟁력 있는 차를 내놓겠다는 의미다. 더 주목되는 것은 양사가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한 점이다. 실제로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CEO는 양사 합병이 아시아와 중동 등 신흥시장의 점유율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결국 신흥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우리로서도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올초만 해도 전기차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던 닛산과 미쓰비시가 전기차 부문에서도 제휴를 추진키로 하는 등 경차는 물론 차세대 자동차로까지 동맹이 확대되는 흐름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그동안 일본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산업에서 이루어졌던 빅딜 등 구조개편을 부러워했던 것이 사실이다. 자동차의 경우만 해도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 자동차 시장이 일본보다 작지만 자동차 회사당 시장규모로 보면 일본 자동차회사들보다 현대 · 기아차가 유리하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어쨌든 일본 자동차업계에서 합병 등 구조개편이 이루어지면 그만큼 신속하고 전략적인 투자가 시도될 수 있어 경쟁 양상이 종래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 · 기아차가 선진국 시장은 물론 신흥국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일본 자동차업계, 나아가 세계 자동차업계의 구조개편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응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