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대출 1000억 넘어 '서민 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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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점 1년…상계동에 100호점서민전용 대출상품인 미소금융이 출범 1년을 맞았다. 미소금융은 1년 동안 2만1223명에게 1019억원을 지원하는 등 서민들의 동반자로 자리잡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상계동에서 16일 열린 미소금융 100호점 개점식에 직접 참석해 미소금융 1주년을 축하했다. 전문가들은 미소금융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직접 대출보다는 서민금융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주력하고 사후관리 및 컨설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금융 전문기관에 넘기고 정부는 컨설팅 역할만" 지적도
◆연 4.5%에 무보증 · 무담보 대출미소금융은 작년 12월15일 수원에서 삼성미소금융재단 1호지점이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출범했다. 지난 1월6일엔 이모씨(36 · 여)에게 500만원을 대출해줬다. 미소금융 첫 대출이었다. 이후 15일까지 1019억원을 지원했다. 미소금융은 무보증 · 무담보로 연 4.5%의 금리로 서민들의 창업이나 자활자금을 지원한다. 그러다보니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지점도 100개로 늘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45곳,지방 55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100호점인 미소금융 노원지점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이 미소금융 현장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세 번째다. 그만큼 미소금융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이 대통령은 미소금융 수혜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젊었을 때 재래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면서 일수를 썼다"며 "아주머니들이 매일 일수를 찍는데 장사가 잘 안되면 일수 줄 돈이 없어서 노점에 가지 못했다. 그래서 이 제도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내가 (미소금융을) 하자고 하니까 돈 떼일 일을 한다고 했는데 없는 사람들은 절대 돈을 떼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제때 못 갚아도 꼭 갚는다. 내가 보증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인근 골목 슈퍼마켓의 현대식 점포인 '나들가게'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상인이 "부동산 경기가 죽어서 어렵다"고 하자 "부동산은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더니…"라며 손을 잡았다. ◆직접대출방식 등 보완해야
미소금융이 제도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보완할 점도 많다. 당장은 직접대출 방식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저신용층이 정부 지원에 의지하게 되면 기존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회사들은 저신용층 고객을 상실하게 돼 우량 고객 위주로 대출하게 된다"며 "정부가 신용리스크를 떠안는 것은 서민금융회사의 선별기능을 마비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접적인 서민금융은 전문기관에 이관하고 정부는 감시와 관리 및 컨설팅 역할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상임대표는 미소금융의 모델로 방글라데시 농촌일자리지원재단(PKSF)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직접대출을 하지 않고 서민금융 인프라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때 세계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고 소개했다. PKSF는 개별 서민금융회사와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운영실적을 평가하고 이에 따라 대출 재원을 지원하며 금융회사 간 공정한 서민금융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가 경제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창업 지원은 보다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미소금융 운영에서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대규/홍영식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