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수수료 의존 '천수답 경영' 벗어난다

펀드ㆍ자산관리 수익 급증
위탁매매 비중 50% 밑으로
삼성ㆍ우리투자ㆍ대우 약진
증권사들의 대표적 수익원인 위탁매매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자산관리,투자은행(IB) 부문이 커지면서 수익구조가 다양해진 결과다. 이에 따라 증시 시황에 따라 영업실적이 급격히 출렁거리던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 수익구조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는 자산관리시장 성장과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확대에 힘입어 자산관리와 IB부문 수익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IB부문 수익 확대를 위해 금융당국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탁매매 수익 비중 50% 아래로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결산인 62개 증권사의 2010회계연도 상반기(4~9월) 수익(순영업이익 기준) 비중은 위탁매매가 48.4%로 가장 높고 자기매매(25.9%) 펀드판매(8.2%) IB(7.7%) 자산관리(1.5%) 순으로 나타났다. 위탁매매가 여전히 주수익원이지만 비중이 2007년 61.8%까지 치솟은 뒤 점차 낮아져 처음으로 50%를 밑돈 것이다. 대신 IB부문이 7%대로 올라섰고 펀드 · 자산관리부문도 9.7%(합계)로 확대됐다.

김동연 금융투자협회 증권서비스본부장은 "자문형 랩의 자금 유입으로 자산관리부문 수익이 증가했고 채권시장 호황에 따라 자기매매 수익도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랩어카운트 잔액은 9월 말 32조원으로 올 들어 12조원 이상 급증했다.

각 증권사의 수익구조도 크게 바뀌었다. 삼성증권은 상반기 위탁매매 수익 비중이 46.7%로 작년보다 5.2%포인트 낮아진 반면 IB부문이 5.5%로 0.6%포인트 올랐다. 특히 랩 선풍을 주도한 증권사로서 자산관리 부문 수익 비중이 작년 1.8%에서 6.8%로 껑충 뛰었다. 이 같은 수익구조 개선에 힘입어 삼성증권 주가는 연중 최고가를 경신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박재영 삼성증권 전략기획팀장은 "상반기 기존 펀드부문 수익에다 랩어카운트에서 추가로 3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이 더해졌다"며 "내년에도 랩을 중심으로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산관리 수익 비중 확대 전망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수익구조가 좀 더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본시장법 시행에 힘입어 신탁업무,파생결합증권 판매 업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익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펀드와 자산관리부문의 성장세가 돋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원재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자산관리는 펀드 판매가 유일한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랩,파생결합 상품 등으로 확대됐다"며 "랩 인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올해 23조원이 빠져나간 주식형펀드도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를 계기로 투자심리가 살아나 자금 순유입 기조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이에 따라 증권주 가운데 자산관리에 강점을 지닌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등이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IB부문의 성장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내 증권사들의 IB부문 수익 비중은 미국(14%)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자본시장법 시행 취지에 맞게 IB와 자기자본 투자(PI) 간 차단막인 차이니스 월이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점차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