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與 … 원인은 '수도권 위기감'

감세·예산안 등 소장파 집단 반기 … 총선 앞둔 민심이반에 좌충우돌
한나라당이 시끄럽다. 소속 의원 23명은 지난 16일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와 관련,"다시 몸싸움에 동원될 경우 불출마한다"는 초강수 카드를 던졌다. 예산안 졸속통과에 따른 '자성론' 차원이다. 청와대와도 선긋기에 나서 당 · 청 간 갈등기류가 확산될 조짐이다.

보수정당에 걸맞지 않은 감세정책 철회 조짐도 가시화하고 있다. 서민특위를 중심으로 포퓰리즘 정책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선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흔들리는 이면에는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민심이반이 심각하다는 게 의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방선거 참패가 결정적이었다. 지자체가 야당에 넘어가면서 표와 직결된 지역사업 상당수가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서울지역 의원들 사이엔 벌써부터 '차기 총선에서 10석도 힘들 것','강남 · 서초 · 송파를 제외하고는 어느 곳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등의 비관론이 공공연하다. 이렇게 수도권 의원들의 총선전선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당이 안정감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나라당을 뜨겁게 달궜던 감세 철회 논란과 친서민 정책 등 포퓰리즘 정책의 중심에는 수도권 초 · 재선 의원들이 서 있다. 부자감세 논란에 불을 댕긴 것은 수도권 소장파 의원의 대표격인 정두언 최고위원이었다. 민주당의 '부자감세 공세'가 2012년 총선까지 이어질 경우 '부자정당' 대 '서민정당'의 프레임이 고착화될 거라는 위기감이 출발점이었다. 비슷한 생각의 수도권 초 · 재선 의원들이 정 최고위원의 감세 철회 논란에 적극 동조했다. 결국 감세 문제에 부정적이었던 안상수 대표가 입장을 바꿨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부자감세 철회에 힘을 실으면서 이들의 '반란'은 절반의 성과를 거뒀다. 친서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의원들도 위원장인 홍준표 최고위원을 비롯해 다수가 수도권 출신이다.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 후 처음으로 청와대와 선긋기에 나선 '국회 바로 세우기를 다짐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속한 대다수 의원의 지역구도 수도권이다. 당내 갈등의 불씨로 지적되고 있는 개헌론이 당내에서 일정 부분 힘을 받고 있는 것도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이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의원들이 각기 살길을 모색하면서 당 · 청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청와대,정부의 뜻에 따라가다간 지역민심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중 · 대선거구제 검토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개헌론과 선거구제는 향후 새로운 당내 갈등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다분하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