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주가로 본 라이벌 열전 ②자동차] 기아차, 현대차를 제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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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증시의 무대 주인공은 단연 자동차업종이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글로벌 재고, 잇단 신모델 등장에 이어 원·달러 환율의 후방지원까지 더해지며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현대차, 기아차) 형제는 1년간 전 세계를 돌며 매달 순회공연을 펼쳤다.
'형님과 아우'는 국내외 무대 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눈부신 연기호흡을 뽐냈다. 연말 시상식대에 손잡고 오른 이들 형제. '형님을 압도했다'는 찬사가 쏟아진 기아차(최대주주 현대차, 보유지분 약 35%)는 '주가상승률', '판매증가율', '시장점유율', '연구개발비용'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최고의 주연으로 우뚝섰다. ◆기아차 올해 주가상승률 150%…현대차 52% '압도'
기아차 주가의 '2010년 상승률'은 업계내 시가총액 1위인 현대차를 압도하는 수준을 보여줬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아차의 올해 연초대비 주가상승률은 무려 150%(12월 15일 종가기준)에 이른다. 이 영향으로 시가총액은 8조원대에서 20조원대로 불어났다. 11개월여 만에 시가총액이 12조원 가량 불어난 것이다. 1주당 2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도 이제 5만원대 위에서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형님' 현대차의 주가상승률은 같은 기간 동안 약 52%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26조원대에서 39조원대로 불어났고, 11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17~18만원선을 오가고 있다.
시가총액 규모로는 기아차와 맞먹는 수준이지만, 주가상승률에서 보면 기아차에 크게 뒤쳐졌다. 외국계 투자자들의 '인기투표' 결과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치열했다. 외국인의 기아차 보유비중은 연초 21%대에서 12월 중순 현재 27%대로 늘었고, 현대차의 경우엔 36%대에서 42%대를 기록해 모두 6% 포인트 가량 외국인 보유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아차 수출이 현대차 초과…월별판매 12개월 연속 현대차 '추월'
기아차는 올해 신차 K-시리즈 '돌풍'을 일으키며 중·대형 승용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맞설 수 있는 대항마를 키웠다. 이 때문에 주가도 두 배 이상 뛸 수 있었다는 평가다. 자동차 업계에선 '디자인 혁명'으로 일군 이번 기아차의 급성장을 가장 두드러진 핫이슈로 꼽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한화증권, LIG투자증권, 동부증권, 한맥투자증권 등 관련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아차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풀(full) 모델 체인지된 신차를 집중적으로 내놨고, 성공적인 디자인 마케팅을 통해 최근 승용차 기준으로 국내 점유율 1위까지 넘보고 있다. 3분기말 분기보고서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점유율은 각각 41%와 31%다.
류연화 한맥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의 K5, K7, 스포티지R은 국내 시장에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 주었고, 이 덕분에 과거 소형차, 패밀리 자동차라는 이미지에서 중형차 이미지로 한 단계 레벨업 할 수 있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기아차는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M/S)이 줄어들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 소형차 위주 라인업으로 2007년 21%에서 2008년 26%로 급반전한 뒤 신차 출시가 더해져 현재 점유율이 30%를 뛰어넘었다는 설명이다.
<기아자동차 총 판매 추이>
기아차는 특히 지난 10월과 11월 두 달 간 판매실적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뛰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의 지난달 판매대수는 모두 22만2116대로 전년대비 33% 증가하며 사상 최고 판매대수를 기록했다"며 "이는 12개월 연속 현대차보다 높은 판매증가율을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아차의 11월 내수판매는 전년대비 13.9% 증가했고, 해외판매 중 수출과 해외공장 판매가 각각 전년보다 18%와 78.4% 급증한 9만9447대와 7만8620대로 집계됐다.
'신무기' K5는 모두 7194대가 팔렸으며, 쏘렌토R과 스포티지R은 국내에서 현대차의 동급차종 판매를 모두 앞질렀다. 그 결과 기아차의 11월 내수점유율은 전년동월 28.2%에서 33.2%로 상승한 반면 현대차는 50.5%에서 45.5%로 떨어졌다.
국내 시장점유율 역전현상과 수출 판매대수의 격차가 줄어든 것 이외에도 기아차는 올해 연구개발(R&D) 비용을 현대차보다 더 많이 집행, 향후 경영 전망을 밝게 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분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올해 결정된 기아차의 공장 신설 및 증축 관련 투자 규모가 현대차를 앞지르고 있으며, 신차개발 비용은 200억원 가량 기아차가 더 많다. 연구개발 비용도 매출액 대비 각각 기아차가 5%대, 현대차가 3%대를 차지하고 있어 기아차가 보다 적극적인 투자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밸류에이션 할인요인 해소 중"…2011년 주가 올해보다 더 '재평가'
기아차는 올해보다 내년에 연결기준 이익과 재무구조가 뚜렷하게 개선될 것이란 예상이다. 따라서 현대차와 벌어져 있는 펀더멘털(기초체력) 및 시가총액의 격차가 좁혀지는 결과로 나타나 주가가 더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내년 매출액은 올해보다 10.6% 늘어난 24조6695억원, 영업이익은 17% 가량 증가한 1조9500억원대를 달성할 것"이라며 "영업이익률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해 내년엔 8%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아차의 내년 글로벌 판매대수는 229만대에서 239만대 사이가 될 것이란 관측이 가장 우세하다. 현지화된 모델 출하량 증가와 글로벌 수요가 맞물려 두자리 수 성장은 물론, K5의 성공적인 미국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인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의 신차효과는 내년부터 해외시장에서 본격화될 것"이라며 "K5의 경우 미국, 중국, 유럽시장에서 각각 1월, 3월, 6월에 잇따라 데뷔해 이익 모멘텀(상승동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스포티지R도 이익성장에 톡톡히 한몫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내년엔 기아차 해외공자의 두드러진 성장과 영업실적 개선이 이뤄지면서 판매법인을 포함한 해외법인 전반의 손익 정상화가 빠르게 실현될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라는 평가. 기아차는 아직까지 주요 해외법인들을 중심으로 과거 판매 부진에 따른 누적 손실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차는 그러나 앞으로 신차 중심의 판매실적 개선으로 누적 손실을 해소하고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할인 요인을 모두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과거 2년 동안 기아차는 과다했던 연결기준 차입금을 대폭 줄이는데 성공했다"며 "이 영향으로 내년에는 안정화된 순차입금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연결기준 순금융비용도 전년대비 대폭 줄어든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강조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