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로스쿨과 변호사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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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희망찬 출범을 한 지 2년도 안되는데,그것도 장차 법조인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다니….로스쿨 도입 과정을 누구보다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으로서 며칠 동안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 이유는 2012년에 치를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 때문이라고 한다. 신규 자격취득자가 갑자기 늘어나는 걸 완강하게 반대하는 기존 변호사들의 움직임에 맞서 합격률을 높여주길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던 것이다. 진화에 나선 법무부가 로스쿨 측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해 합격률을 75%로 정하자 일단 사태는 진정된 것 같다. 참여정부 시절 의욕적으로 도입된 로스쿨 제도는 많은 기대를 받고 출범했다. 문턱이 높고 보수가 과도하게 높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변호사의 공급을 늘리고,법학 이외의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을 뽑아 국제화시대에 부응할 실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걸 누가 환영하지 않겠는가. 법체계가 다른 우리가 미국식 로스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대도 강했지만,여론에 밀려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늘 그러하듯 로스쿨도 많은 문제를 안고 출범할 수밖에 없었다. 정원 책정에서 어정쩡한 타협이 이루어진 것이 그랬다. 1500명 이내를 주장하는 기존 변호사들과 3000명 이상을 주장하는 대학 측이 몇 년간 밀고 당기기를 한 끝에 2000명으로 낙착된 것이다. 거기에는 각 도에 1개 이상 균형 배치하겠다는 정치논리도 끼어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의 정원으로 출범된 마당에 이제 와 변호사 단체가 나서 합격률을 50% 이하로 낮춰 신규 변호사 배출을 줄여 보겠다는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본다. 이는 로스쿨을 버리고 종래의 사법시험선발체제로 돌아가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정원을 그대로 둔 채 합격률을 낮추는 것은 로스쿨의 설립 취지에도 반하고 존립 기반도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변호사 수의 급격한 증가가 가져올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으로 치부돼 배척되었다. 그 혼란이 가져올 불이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로스쿨 설립 이후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본다.
이제 도태되는 로스쿨이 나오기 전까지 변호사 양산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 1기 졸업생이 나오는 2012년부터는 이들 1500명에 사법연수원 수료자 700명가량이 합쳐지면 한 해에 20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양산된다. 종전의 두 배를 넘는 숫자다. 몇 년 동안 누구 밑에서 어떤 훈련을 받느냐에 따라 쓰임새 있는 재목이 될지 안될지가 판가름 날텐데,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이들을 누가 맡아 도제식으로 훈련시킬 수 있단 말인가. 로스쿨을 떠올릴 때마다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을 앞으로도 내내 떨쳐버릴 수 없을 것 같다.
문영호 < 법무법인태평양 변호사 yhm@bkl.co.kr >
그 이유는 2012년에 치를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 때문이라고 한다. 신규 자격취득자가 갑자기 늘어나는 걸 완강하게 반대하는 기존 변호사들의 움직임에 맞서 합격률을 높여주길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던 것이다. 진화에 나선 법무부가 로스쿨 측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해 합격률을 75%로 정하자 일단 사태는 진정된 것 같다. 참여정부 시절 의욕적으로 도입된 로스쿨 제도는 많은 기대를 받고 출범했다. 문턱이 높고 보수가 과도하게 높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변호사의 공급을 늘리고,법학 이외의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을 뽑아 국제화시대에 부응할 실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걸 누가 환영하지 않겠는가. 법체계가 다른 우리가 미국식 로스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대도 강했지만,여론에 밀려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늘 그러하듯 로스쿨도 많은 문제를 안고 출범할 수밖에 없었다. 정원 책정에서 어정쩡한 타협이 이루어진 것이 그랬다. 1500명 이내를 주장하는 기존 변호사들과 3000명 이상을 주장하는 대학 측이 몇 년간 밀고 당기기를 한 끝에 2000명으로 낙착된 것이다. 거기에는 각 도에 1개 이상 균형 배치하겠다는 정치논리도 끼어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의 정원으로 출범된 마당에 이제 와 변호사 단체가 나서 합격률을 50% 이하로 낮춰 신규 변호사 배출을 줄여 보겠다는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본다. 이는 로스쿨을 버리고 종래의 사법시험선발체제로 돌아가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정원을 그대로 둔 채 합격률을 낮추는 것은 로스쿨의 설립 취지에도 반하고 존립 기반도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변호사 수의 급격한 증가가 가져올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으로 치부돼 배척되었다. 그 혼란이 가져올 불이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로스쿨 설립 이후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본다.
이제 도태되는 로스쿨이 나오기 전까지 변호사 양산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 1기 졸업생이 나오는 2012년부터는 이들 1500명에 사법연수원 수료자 700명가량이 합쳐지면 한 해에 20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양산된다. 종전의 두 배를 넘는 숫자다. 몇 년 동안 누구 밑에서 어떤 훈련을 받느냐에 따라 쓰임새 있는 재목이 될지 안될지가 판가름 날텐데,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이들을 누가 맡아 도제식으로 훈련시킬 수 있단 말인가. 로스쿨을 떠올릴 때마다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을 앞으로도 내내 떨쳐버릴 수 없을 것 같다.
문영호 < 법무법인태평양 변호사 yhm@bk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