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 '도로의 뒷면'…트럭ㆍ노점상에 점령 당해

휴게소엔 트럭 좌판 불법 영업
고가도로 밑·공원변 가건물
주택가 이면도로엔 대형 유조차
반발 거세 단속도 효과 없어

전국 휴게소와 각종 도로 뒤편이 불법 점유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물론이고 주택가 이면도로,고가도로 밑,공공 주차장,고속화도로 갓길 등이 트럭과 노점상에 점령당하다시피 하고 있다. 휴게소 주차장에선 조폭형 트럭 영업이,주택가 주변도로 등에선 기름을 가득 실은 대형 유조차와 트럭이,고가도로 밑과 공원 주변에는 각종 단체의 불법 가건물이 장기간 점유하고 있다.

19일 한국도로공사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국 165개 휴게소에서 영업 중인 불법노점상(트럭)은 294대로 휴게소당 1~5곳이 영업 중이다. 도로공사의 단속으로 그나마 줄었지만 작년까진 372대가 불법 영업을 했다. 노점상 규모는 작게는 13~16㎡(4~5평),크게는 99~132㎡(30~40평)에 달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식료품 위주였으나 최근엔 잡화 만물상이 주를 이룬다. 음악 테이프는 물론이고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도끼나 희귀 망치도 버젓이 팔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테이프를 파는 트럭은 위치가 가장 좋은 한가운데 자리잡고 1년 내내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 이용객의 불만이 매일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로 철거하려 했지만 조직폭력배 등이 뒤를 봐주고 있어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 전체가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동정 분위기여서 공권력을 제대로 발동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9월 문을 연 호남선 정읍휴게소와 여산휴게소 중간 이서휴게소에선 18개 세력들이 자리다툼을 벌인 끝에 2개 컨테이너가 새로 불법영업을 시작했다. 휴게소 관계자는 "돈도 안 내고 공짜로 길목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어서 이권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며 "전국 휴게소가 모두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불법 점유로 홍역을 앓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노점상이나 불법 건물 등의 도로 무단점용과 관련해 1372건에 변상금을,2233건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84건은 고발 조치했다. 서울 중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명동 등을 중심으로 도로를 불법 점유한 노점상이 많아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저항이 강해 손을 못 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부간선도로 진입로 주변도 트럭 점유로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 노원구 쓰레기재처리장 앞에는 대형 트럭들이 갓길을 차지해 운전자들이 간선도로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대문 주변이나 청계천 도로도 짐차들의 무단점유로 갈수록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있다. 상계2단지에 사는 주민 김모씨는 "무단점유만 줄여도 교통흐름이 30% 이상 호전될 것"이라며 "주변 상가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1년 내내 단속하기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주택가 이면도로도 마찬가지다. 개인 차주들이 주택 앞 도로를 자기 주차장처럼 쓰고 있어 택시가 다니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고가도로 밑도 장애인단체와 각종 군인단체의 가건물이 들어서 있는 등 불법 천지다. 한편 유조차 화재로 서울 외곽순환도로 중동나들목 부근 부천고가교가 불에 탄 데 대해 부천시는 도로공사와 공동으로 도로 밑 하부공간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불법 점유자에 대해선 사법기관에 고발키로 했다. 사법 당국은 불법 점유 단체나 개인을 사법처리하고 행정대집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공권력을 지원할 방침이다.

김동민/임현우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