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1년이내 외화부채에 '은행세' 0.2% 부과

'거시건전성부담금' 방안 확정

만기 1년 넘을땐 0.05~0.1%…은행권 부담 2억4000만弗 예상
차입비율 높은 외은지점 상대적으로 부담 클 듯

정부가 거시건전성 부담금,일명 은행세(bank levy)를 도입키로 한 것은 외화 부채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단기 외화 부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외화 부채의 양과 질을 개선해 급격한 자본 유출입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물환포지션 규제,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부활에 이은 3대 자본 유출입 규제가 모두 도입되게 됐다.

◆급격한 외화 유출입 차단이 목적은행세 도입은 지난해 9월 주요 20개국(G20)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처음 제기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생한 손실 보전 재원을 금융권에 분담시키기 위해 부과금을 매기는 방안이 논의됐다.

그러나 각국의 사정이 달라 방식 등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았다. 결국 지난 6월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G20은 각국 상황에 맞게 은행부과금을 도입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국은 상대적으로 재정 상태가 양호해 금융위기 때도 재정 손실이 작았다. 금융회사의 부실을 막을 수 있는 예금보험기금 등의 제도도 이미 갖추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은행부과금 도입이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가 분분했지만,정부는 외화 유출입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최종 결정했다. ◆어떻게 부과되나

은행부과금은 급격한 외화 유출입 차단이라는 목적에 맞게 설계됐다. 유럽 국가들은 은행부과금을 재정 확충이나 정리 기금용으로 사용하지만,한국은 외평기금에 적립해 위기 시 금융회사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하는 용도로만 활용키로 했다. 부과 대상도 유럽처럼 비예금 부채 전체가 아니라 비예금 외화 부채로 한정됐다.

정부는 단기(1년 이내) 20bp(1bp=0.01%),중기(1~3년) 10bp,장기(3년 초과) 5bp를 기본으로 법률상 부과 한도를 정한 뒤 구체적인 요율은 금융회사 등의 의견을 들어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단기 차입에 한정하지 않은 것은 1년 이내로만 국한할 경우 366일짜리 차입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예상한 것이다. 부담금 도입에 따른 은행권 부담은 연간 2억4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말 현재 국내은행 1689억달러,외은지점 1046억달러인 비예금 외화 부채 잔액에 부과하되 외화 예수금은 제외키로 했다. 모든 금융회사가 대상이지만 우선 시행령을 통해 비예금 외화 부채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권에 부과한다.

◆외은 지점 위축 불가피

은행세가 내년 하반기부터 부과되면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의 영업은 위축될 전망이다. 이성희 JP모건 서울지점장은 "달러를 해외에서 들여올 때 비용이 증가하게 되는 만큼 달러 조달을 줄이거나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6월 말 현재 전체 부채에서 외화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은행이 15.3%인 반면 외은지점은 54.9%나 된다. 외은지점의 타격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한 듯 "이미 도입한 선물환포지션 규제는 더 강화될 수 있지만 새로운 방식의 자본 유출입 규제는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