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산타가 산대요" … 루돌프도 있을까?

핀란드 '산타마을' 인기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하늘길이 꽉 막히는 동네가 있다. 바로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의 로바니에미다. 로바니에미는 전 세계 어린이들이 진짜 산타가 살고 있다고 믿는 곳.특히 '산타'를 브랜드화한 산타마을로 세계 최고의 한겨울 관광지가 됐다.

로바니에미가 산타마을이 된 데에는 한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의 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핀란드 어린이들은 원래 라플란드의 코르바툰두리란 이름의 작은 산에 산타가 살고 있다고 믿었다. 코르바툰두리는 사람의 귀 모양을 닮아 이름붙여진 산.그런데 1920년대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산타는 라플란드에 살고 있어 어린이들의 소원을 잘 들을 수 있다"고 한 말이 전파를 타면서 삽시간에 핀란드 전역에 퍼졌다. 어린이들의 산타에 대한 믿음은 강해졌고,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라플란드로 카드를 보내기 시작했다. 코르바툰두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어린이들이 찾아올 수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산타가 북극권에 집과 우체국을 만든다는 말도 퍼졌다.

1950년대에는 라플란드 오지에서 일하던 벌목공들이 어린이들의 카드에 답장을 보내기 시작했고 1970년대부터 핀란드 정부가 산타클로스 우편 서비스를 공식화했다.

로바니에미는 1950년 여름부터 산타마을을 짓기 시작했다.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엘레노어 루스벨트 여사가 찾으면서부터다. 루스벨트 여사의 방문을 기념해 세운 작은 통나무집이 여행자들의 명소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어린이들이 산타의 두 번째 집으로 여기고 있는 산타마을은 1985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조성됐다. 산타마을에는 산타우체국이 중심을 잡고 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핀란드 산타할아버지께'라고 수신인을 써 보내는 편지와 카드가 모두 이 우체국으로 모인다. 산타가 일일이 답장을 쓰고 산타 소인을 찍어 보내준다. 12개 국어를 소화할 수 있는 산타비서들이 답장쓰는 일을 도와준다.

산타 집무실도 있다. 빨간 산타 옷에 빨간 모자를 쓴 산타할아버지와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기념품점에서는 다양한 크리스마스 기념품을 살 수 있다.

산타마을에서 2㎞쯤 떨어진 곳에 산타파크가 있다. 산타의 동굴집을 주제로 꾸민 테마파크로 어린이들이 아주 좋아한다. 산타와 크리스마스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박물관도 구경할 수 있다. 산타썰매를 타고 눈덮인 자작나무 사이를 달리는 것도 색다른 재밋거리다. 로바니에미 시내는 한적한 시골마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2차대전 말 독일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도시는 핀란드의 유명 건축가 알바르 알토의 설계로 재건됐다. 북극권의 자연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악티쿰에 들러볼 만하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TIP

로바니에미는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주의 주도다. 북극권에 있다. 인구는 6만여명.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전세기를 타고 온 유럽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동지께에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이 2시간밖에 안된다. 눈으로 뒤덮여 그리 어둡지는 않다. 11월부터 오로라를 볼 수 있다. 한여름에도 낮최고 기온이 20도를 넘지 않아 피서여행지로 그만이다. 핀에어가 인천~헬싱키 직항편을 운항한다. 10시간 걸린다. 로바니에미는 헬싱키에서 800㎞ 떨어져 있다. 국내선 비행기로 1시간30분 걸린다. 기차로는 10시간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