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窓] '우리가 남이가' 한국식 비즈니스 노하우, 미국에서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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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미국 기업문화'신뢰와 친분,가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 중심의 비즈니스 문화'.합리주의와 개인주의로 대표되는 미국의 기업문화와 상충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우리나라의 비즈니스 전략이 이제 미국 글로벌 기업에도 통하고 있다.
품질 일정 수준 넘으면…믿을 수 있는 파트너 원해
가족동반 식사·취미활동 등 상담장 밖 신뢰 쌓기 큰 효과
2008년 말,세계를 강타한 미국 발 금융위기로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5대호를 중심으로 한 미국 중서부의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지켜왔지만,해외 부품 소싱을 확대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화의 확대는 또 다른 불확실성을 가중시켰고 미국 기업들은 품질과 경쟁력을 기본으로 하되,이를 넘어 확신을 줄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필요로 하게 됐다.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확보된 상황에서 유대감과 신뢰,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거래를 확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부품 제조업체인 A사는 바이어의 가족과 저녁식사를 가졌다. 통상 미국인에게 저녁은 가족과 함께하는 개인적인 시간이다. A사 대표는 시카고 불스의 팬임을 밝히며 바이어와 개인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A사의 물량이 꾸준히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비즈니스 상담장에서뿐만 아니라 상담장 밖에서도 바이어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한 결과였다.
또 다른 제조업체인 B사는 바이어로부터 계속 'no'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나 그동안의 관계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재설득,마침내 'yes'라는 대답을 받았고 이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미국 바이어들은 본인의 커리어 발전을 위해 3~5년 간격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B사의 바이어 또한 동종의 다른 기업으로 이직했고,해당 바이어의 신뢰를 확보한 B사는 기존 기업과 이직한 기업 모두로부터 견적을 요청받게 됐다. 이런 거래관계의 형성과 신뢰 향상은 미국 글로벌 기업들로 하여금 국내 기업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글로벌 기업 2~3개사를 중심으로 소규모 상담회를 추진하던 KOTRA 시카고센터는 이런 미국 기업들의 관심과 인식 전환을 파악하고 지난 11월,대표 글로벌 중장비 상용차 기업 18개사와 한국 부품소재 기업 38개사가 참가한 글로벌 파트너링 행사로 확대 개최했다.
세계 1위 중장비 기업인 캐터필러,북미 1위 상용차 기업인 내비스타 등 대표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한국 참여 기업들과 미국 글로벌 바이어들은 모두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와 같은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단기간의 노력이 아닌 한국 기업 특유의 유대감과 관계 형성을 통한 신뢰 구축이 큰 바탕이 됐다. 양국의 비즈니스 접근 방식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보다 인간관계와 신뢰라는 가치가 미국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과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오재호 < KOTRA 시카고 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