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 5대 리스크] (2) 원유값 치솟고 공공요금 불안 … '물가 3% 유지' 경고등 켜지나

(2) 인플레이션

유가 10% 오르면 물가 0.2%P↑ … 원자재값 뜀박질, 환율도 복병
교통·수도요금 줄줄이 인상 대기 … 채소가격 등 식탁물가도 들썩
'물가 안정 속에 경기 회복세를 지속시킨다. '

기획재정부가 지난 14일 내년도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내세운 새해 경제정책 목표다. 5% 안팎의 경제 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물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안팎에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도 점점 높아져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임금 인상 폭이 커져 기업의 비용 부담이 높아지면 경기 침체 속에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일어나 성장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도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

국내 물가의 최대 변수는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과 원자재의 수입 가격을 좌우하는 원 · 달러 환율이다. 한국 경제는 총수입 중 원자재 비중이 60%에 달해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에 민감한 구조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석유제품 등 각종 공산품의 원료비를 끌어올리고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불안을 유발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은 경기 회복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고 각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풀린 돈이 상품시장으로 몰리면서 급등하고 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6일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배럴당 89.6달러까지 올라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리 가격은 지난 14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장중 한때 t당 9295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밀 콩 원당 등 곡물 가격도 일제히 상승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8780만배럴로 공급(8730만배럴)을 초과,유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2주~1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석유를 제외한 기타 원자재 가격도 10% 상승 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 · 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이어가 내년 중 1100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과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등이 환율의 하락 폭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선물환 포지션 규제,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은행 외화부채에 대한 거시건전성부담금(은행세) 부과 등 정부의 자본 유출 · 입 규제도 장기적으로는 환율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한은은 원 · 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1~6개월 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8%포인트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공공요금 인상 이어질 듯

국내적으로는 경기 회복과 함께 나타나는 임금 및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임금 상승은 가계의 구매력을 높여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100인 이상 사업장 중 임금교섭을 타결한 2689곳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4.9%로 지난해 2.0%보다 2.9%포인트 높아졌다.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하기로 했지만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공공요금이 많아 억누르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기차요금은 원가의 72.1%에 불과했고 수도(81.5%) 도로(84.3%) 전기(91.5%) 우편(97.3%) 도시가스(99.7%) 등 주요 공공요금이 모두 원가에 못 미쳤다.

지하철 · 버스 요금과 상 · 하수도 이용료 등 지방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행정 · 재정적 인센티브를 통해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한다는 방침이지만 지자체와 지방 공기업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언제까지나 인상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입장이다.

◆채소류 가격 불안 여전

전반적인 물가는 안정을 유지하더라도 채소 등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급등,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2.9%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지만 채소 어류 과일 등의 가격을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는 11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20.3% 상승했다. 배추 가격이 9월 말 포기당 1만5000원까지 상승하는 등 채소류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은 기상 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 등 일시적인 공급 감소가 원인인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곡물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신선식품 가격은 2005년 2006년 2008년 등 3개 연도를 제외하고는 항상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변동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하는 작황 관측을 월 1회에서 3회로 늘리고 농협을 통한 배추 무 마늘 등 8개 농산물의 계약 재배 물량을 올해 전체 생산량의 9%에서 내년 15%로 늘리기로 했지만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