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부인' 해외 투자 확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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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초저금리ㆍ엔高 지속 … 외화예금 잔액 5년來 최대일본에서 초저금리와 엔고로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를 급속히 늘리고 있다. 외화예금 잔액이 5년 만에 최대치로 늘었고, 해외 주식투자액도 크게 증가했다. 일본은행은 내수침체로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와타나베 부인(외화자산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이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외국주식 거래 비율 40% 넘어
투신펀드판매 10위권에 일본 투자상품 하나도 없어
일본은행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일본 내 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5조3116억엔(71조7000억원)에 달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이 같은 규모는 2005년 8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소니은행에서는 엔고가 뚜렷해진 올 6월부터 외화예금 가입이 급증해 예금잔액이 2005년의 정점에 육박했다. 해외 주식투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다이와증권에서는 올 2분기(4~6월) 20%에 그쳤던 주식위탁수수료에서 차지하는 외국 주식 거래 비율이 7월 이후 40%를 웃돌았다. 투자신탁에서도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고성장이 기대되는 신흥국 등의 해외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올 4~9월 투신펀드의 판매 상위 10위 안에 일본 주식 관련 상품은 1개도 포함되지 못했다. 모두 해외 주식투자 펀드였다.
노무라증권이 호주 달러,브라질 헤알,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등 3개국 통화로 운용하는 투신상품에는 올 4월 판매 이후 6개월 만에 1조엔이 넘는 돈이 몰렸다. 이 바람에 운용액 목표를 넘어서 지난달 말 판매가 중단됐다.
외국 통화에 직접 투자하는 외환증거금 거래(FX)도 활황이다. 도쿄금융거래소에서 집계하는 FX상품인 '클릭365'의 11월 말 현재 증거금 예탁액은 1년 전보다 46% 증가한 1756억엔에 달했다. 새롭게 FX를 시작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FX 계좌 수는 30만개로 7월 말부터 4개월간 20% 이상 증가했다. 반면 엔화 예금은 감소하고 있다. 10월 말 현재 일본 국내 은행의 엔화 정기예금은 전월 대비 3300억엔 줄어든 198조엔으로 7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한 대형은행 애널리스트는 "엔고가 급격히 진행되면 다시 엔저로 돌아설 것을 기대한 외화 매수세가 급증하고 있다"며 "개인들의 외화 매입이 추가 엔고를 막는 역할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자 일본 정부는 불안해 하고 있다. 그동안 개인들이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대량으로 소화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은행은 20~2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거시경제정책을 점검하지만 개인 투자자금의 해외 이탈을 차단할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 중이다.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해온 정책금리를 올릴 수도 없고,그렇다고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 와타나베 부인
일본에서 제일 흔한 성(姓)인 와타나베(渡邊)를 딴 국제금융가의 속칭.원래 고수익을 찾아 국경을 넘나드는 일본 주부 투자자를 의미하는 말에서 일본의 개인투자자를 대표하는 용어로 발전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외화로 환전한 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한다. 미국의 '스미스 부인'과 같은 개념이다.